‘어차피 赤字’… 닷컴마다 ‘유료화’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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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유료화는 엔터테인먼트가 주도

닷컴기업들의 콘텐츠 유료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락, 게임, 성인방송 분야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콘텐츠 유료화가 인터넷 미디어, 결혼정보 사이트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경매 사이트들도 수수료 인상을 통해 유료화를 강화하고 있다.

상반기의 콘텐츠 유료화를 주도했던 분야는 MP3와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자화폐 전문업체인 이코인(ecoin.co.kr)은 최근 음악, 교육, 게임 등 12개 분야에서 1백50여 개 제휴사의 상반기 수익을 조사한 결과 음악, 영화, 만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25%를 차지, 가장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중 성인 콘텐츠가 23.3%로 2위를 차지했으며 교육 분야가 6.7%, 게임과 복권이 4%로 뒤를 이었다. 특히 나우누리는 PC통신과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우심만보(만화), 성인별곡(성인), 교육 등을 서비스해 이코인 전자화폐로 매달 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영만 이코인 홍보팀장은 “최근 닷컴기업 거품론과 맞물려 상당수의 기업들이 콘텐츠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같은 현상이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이 DMI(데이콤멀티미디어인터넷) 채널아이가 브리태니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백과사전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한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DMI 채널아이는 새롭게 선보일 어린이 교육 포털 ‘I-wa-I’(www.i-wa-i.com)에서 브리태니커의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 DMI 채널아이는 국내 초등학교 인터넷 교육 사이트 ‘I-wa-I’의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 브리태니커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

이용자들은 ‘I-wa-I’ 학습랜드 내 만물박사 코너를 통해 브리태니커의 콘텐츠 일부를 이용하게 된다. 브리태니커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려면 ‘I-wa-I’의 유료 사이트인 아이엘리트에 가입해야 한다.

채널아이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브리태니커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이용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터보테크가 운영하는 인터넷 기술교육 사이트 테크빌닷컴(www.tekville.com)도 이달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회사측은 이를 위해 스트리밍을 이용한 교수진의 동영상 지원과 애니메이션, 음성지원 서비스를 실시하고 IT 과정 및 전자상거래관리사,대학과정의 콘텐츠 등을 새로 추가하는 등 사이트를 전면 개편했다.

수강료는 시중 학원의 40∼50% 수준이다.전체 35개 과정 중 25개를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인터넷 경매업체 수수료 인상 및 신설

산업뉴스 전문 미디어인 이비뉴스(www.ebn.co.kr)는 다음 달 15일부터 조선, 해운, 섬유, 화학 등 4개 업종의 산업뉴스 및 DB를 유료화 한다고 밝혔다. 회원제로 운영될 예정인데 일반회원은 월 10만원, 특별회원 50만원, 기업회원은 종업원 수에 따라 가격을 달리 하기로 했다.

이비뉴스는 조선 및 해운정보를 전문 제공하는 ‘바다뉴스’(bada.ebn.co.kr) 등 기존 뉴스 사이트와 별도로 구성, 유료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이달 말부터 뉴스, 산업분석보고서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프리미엄 뉴스’로 유료 판매하기로 했다.

정보통신 전문 인터넷매체인 아이뉴스24(www.inews24.com)는 최근 ‘e-리서치’를 마련, 일반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판매에 나섰다. 현재 리서치 1호인 ‘국내 웹에이전시 시장’이 유료로 올라와 있다. 가격은 리서치 개당 20만원을 받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월 3∼5개의 리서치 결과를 웹사이트에 올릴 계획이다. 김광일 본부장은 지금까지 “20여명 정도가 유료 콘텐츠를 구입하는 등 당초 예상보다 성과가 높다”고 밝혔다. 따라서 아이뉴스24는 연말까지 IT(정보기술) 콘텐츠 DB를 제작, 내년 초부터 유료화 하기로 했다.

예비 신랑신부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러브웨딩(www.ilovewedding. com)도 18일부터 회원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가입비는 연 30만원을 받고 있다. 가입하는 날부터 최장 1년 동안 전문가가 일대일 관리를 해준다. 회원은 1만명으로 제한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회원에 가입하면 전문 매니저의 관리를 받으면서 혼수 준비, 신혼자금 대출 및 신혼 집 구하기 등 결혼관련 정보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

인터넷 경매업체들도 수수료 신설 및 인상을 통해 유료화를 강화하고 있다. 옥션은 지난 6월부터 낙찰 규모에 따라 2∼3%를 받고 있는데 오는 11월부터 이를 최고 4.5%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셀피아는 10월부터 10만원 미만은 2.5%, 10만원∼50만원은 2%, 50만원 이상 1.5%의 수수료를 받을 계획 이다.

업계는 이같은 유료화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콘텐츠=무료’라는 인식을 깨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 이비뉴스의 민병호 사장은 “콘텐츠 유료화는 내용의 차별성과 DB만 갖추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러브웨딩의 김진유 사장은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면 웨딩 사이트는 확실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고 콘텐츠 유료화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다.

시공테크의 박기석 사장은 “현재의 우러러 보이는 기술도 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조용히 사라진다”며 “콘텐츠는 쌓일수록, 시간이 갈수록 값이 나가고 보배”가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닷컴기업들이 조만간 콘텐츠를 유료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 비디오, 게임소프트웨어, 음악, 사진, 각종 정보 등 인프라에 흐를 수 있는 것은 모두 콘텐츠다. 예상보다 콘텐츠 사업의 우열은 비교적 쉽게 드러날 것이란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수익성, 가치, 애용도, 희귀성 등 비교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 콘텐츠 시대는 곧 선진시대를 의미한다. 창의력, 무형자산 등을 제대로 대접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콘텐츠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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