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아이의 뇌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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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아이의 뇌력(뇌의 힘), 즉 자기주도성이다. 물론 자기주도성은 현대교육철학의 핵심개념으로 꼭 비만아동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만아동에게는 특히 자기주도성이 더 절실하다. 아이에게 자기주도성이나 자존감이 부족하면 어떤 좋은 프로그램이나 교육, 치료수단도 무위로 돌아가고 만다. 원래 정규 소아비만 코스에서는 반드시 심리치료가 뒤따른다.

아이의 뇌력을 떨어뜨리는 첫 번째 이유

소아비만 아이들 대부분은 비만에 관련된 패러다임정립이 대단히 빈약하다. 비만이 얼마나 위험한 질병인지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한 입 베문 피자 한 조각을 다 소비하기 위해 몇 시간이나 걷고 달리고 운동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피자 한 조각을 먹은 뒤 이를 소비하기 위해 매번 2시간을 꼬박 걷도록 반복훈련을 해왔다면 아이들은 걷는 것이 싫고 무서워서라도 피자에 함부로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먹을 거리 천국인 현대사회에서 부모의 이만한 통제와 결단력이 없으면 아이들을 위험한 소아비만의 덫에서 보호할 수 없다.

대체로 소아비만 아이들의 지적 능력은 또래에 비해 떨어진다. 뇌로 가야 할 소중한 영양소를 비만한 체형을 유지하는데 소모해버리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인지능력이나 자기통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뇌가 작아진 만큼 인지능력도 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심한 음식중독 상황까지 가면 자기통제력은 거의 제로 상태까지 떨어지고 만다.

아이의 뇌력을 떨어뜨리는 두 번째 이유

아이의 뇌력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이유는 심리적인 위축이다. 심리검사나 스트레스 검사를 해보면 또래 아이들에 비해 소아비만 어린이의 자존감이 형편없이 낮아진 것을 자주 발견한다. 외모로 인한 위축감이나 소외감, 자기정체성에 대한 혼란, 그리고 이에 대한 주변의 부정적 강화가 가중되면서 아이는 점점 자신은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라는 자기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그런 아이들을 위로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달고 기름진 음식들이다.

아이의 뇌력을 끌어올리는 방법

소아비만 치료의 핵심 또한 아이의 낮아진 자존감을 끌어올리고 부정적인 정서를 긍정적으로 재 환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즉각적이고 풍부한 심리치료가 뒤따라야 한다. 엄마는 일상생활 안에서 아이의 비만과 건강 스키마를 늘려야 한다. 엄마가 그동안 무관심했다면, 이제는 먼저 소아비만과 건강에 관해 배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배운 내용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엄마가 내 아이만의 행동교정치료사가 되는 것이다. 음식의 소중함, 바른 음식섭취 방법, 건강의 중요성, 좋은 생활습관 등 아이들이 알아야 할 비만과 건강 스키마들을 학습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설명과 설득을 연습하고 반복할 필요가 있다.

또 다양한 자극으로 아이의 대인 관계능력도 향상시켜야 한다. 소아비만으로 주변 사람들과 부정적인 관계가 지속되면 아이의 대인지능이나 대인관계 능력이 훼손된다. 대인지능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자 덕목이다. 대인관계 해결능력이 부족하면 당장은 물론이고 장차 사회생활과 사회적응을 어렵게 한다. 만약 적대적인 대인관계가 지속되면 비만 해결을 위한 주변의 도움과 지원을 차단하게 만들거나, 아이가 더 외골수가 돼버려 엄마와 가족의 힘만으로는 다이어트가 불가능한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아이와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긍정적이고 밝게 재구성하고, 아이 스스로도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지원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아이의 뇌력을 끌어올리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아이가 평생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길러 줄 때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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