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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군부대장 아내의 손 덥석 잡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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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31일 김정은이 인민군 공군 제1017 부대를 시찰하면서 부대장인 허룡(사진 왼쪽)과 그의 부인 김정실의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다. 허룡은 2003년 동해에서 미군 정찰기를 상대로 위협비행을 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전투비행사다. 김정은은 이날 허룡의 집을 방문해 눈물을 흘리는 김정실에게 “식사 준비하는데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과감한 신체 접촉을 하며 주민들을 만나는 게 특징이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애도보다는 현장. 북한의 권력 후계자 김정은이 택한 전략이다. 김정일에 대한 장기간의 애도에 힘을 쓰는 대신 강성대국 슬로건을 앞세워 침체된 분위기를 띄우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3일은 지난해 사망한 김정일의 49재(齋) 날이다.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은 100일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김정은도 3년상을 치를지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49재를 마치기도 전에 거침없는 행보에 나섰다. 애도기간이 끝난 지 이틀 만인 새해 첫날 ‘근위서울류경수 제105 탱크사단’을 방문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총 14곳의 현지 지도·시찰을 마쳤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탈상도 안 한 상태에서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 김정은의 고심과 불안이 느껴진다”며 “후계 수업기간이 짧은 김정은이 상징 조작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본질적으론 ‘유훈통치’를 답습하면서도, 스타일 면에선 김정일과 다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김정일 때와는 달리 과감한 제스처와 신체 접촉이 눈에 띈다. 최근 방영된 조선중앙TV의 기록영화엔 김정일 애도기간에 눈물을 수차례 훔쳤던 슬픈 표정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머뭇거림이 없고, 함박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병사들과 귓속말을 하거나 군 부대장 아내의 손을 덥석 잡기도 한다. 또 지난달 20일 조선인민군 공군 제354부대를 방문해선 병사들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25일 만경대혁명학원에 갔을 때도 학생들의 뺨을 어루만지고 간장을 맛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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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의 정통성을 부각시키려는 모습도 관심거리다. 최근 시찰한 군부대 8곳 중 5곳이 ‘오중흡’ 칭호를 받은 부대였다. ‘오중흡 부대’는 김일성의 빨치산 부대가 일본군의 공세에 밀려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구해준 부대로 알려져 있다. 2일자 미국 뉴욕 타임스도 “박수 치는 방식, 걸음걸이, 짧게 자른 옆 머리카락 등이 할아버지(김일성)와 흡사하다”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에는 부족한 김정은의 빈약한 이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일연구원 최진욱 선임연구위원은 “김일성 사망 후 애도기간이 장기화되면서 경제난이 왔던 것을 고려해 김정일 애도보다는 인민들의 생활을 챙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 생일인 16일 즈음에 대사면을 한다는 것도 냉혹한 현실 속에서 꿈이라도 꾸라는 식의 정치술”이라며 “식량 문제의 근본적 해결 없이 민심 잡기 시도는 단기적인 효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NHK는 3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봄 애플이 아이패드2 출시를 발표하자 김정은이 즉시 구입해 평양으로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10대 때 수년간 스위스에 유학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컴퓨터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K는 또 “앞으로 (북한 내 휴대전화 사업자) 오라스콤의 대용량 회선을 이용해 인터넷 접속도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이집트 통신사 오라스콤은 2일(현지시간) 북한 내 휴대전화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2008년 북한 과 합작해 25년간 독점사업권을 가진 이동통신사 고려링크를 설립했다. 북한 휴대전화의 번호는 모두 김일성이 태어난 해를 상징하는 ‘1912’로 시작한다. 또 휴대전화망은 북한 주민 거주지의 94%를 커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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