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심부름하러 온 게 아니다” … 깐깐한 원칙주의자에 민주당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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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선임된 강철규 우석대 총장(오른쪽)이 1일 오후 국회에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강 공심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통합당 가치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는 게 본인의 평소 철학과 비슷해서 수락했다”고 밝혔다. [오종택 기자]

김대중 정부 시절엔 부패방지위원장, 노무현 정부 땐 공정거래위원장, 이명박 정부에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공동대표.

 민주통합당이 이런 경력을 갖고 있는 강철규(67) 우석대 총장에게 19대 총선 공천을 맡겼다. 한명숙 대표는 1일 공천심사위원장 선임을 직접 발표하면서 “강직하고 청렴하며, 경제민주화를 실천해 온 공천 심사의 적임자”라고 말했다.

 ‘재벌개혁론자’로 알려진 그는 공정거래위원장 임기 3년 내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했다. 최근 한나라당까지 강령에 반영한 ‘경제민주화의 가치’는 이미 1991년에 나온 그의 저서 『재벌』에 등장한다.

 강 총장은 경실련 창립(89년) 멤버다.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를 거쳐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에서 규제개혁위원장을 지내면서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역대 정부를 통틀어 임기를 채운 유일한 공정위원장이다. 그만큼 재직 시절 노 전 대통령의 신뢰가 컸다는 얘기다.

 당내에선 “중진 의원도 잘라낼 수 있는 깐깐한 원칙주의자”라는 긴장된 평가도 나온다. 부방위원장 시절 그는 ‘피의자 조사권’을 요구했던 적도 있다. 강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심부름하러 온 게 아니다. 제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한번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에서 세 가지 공천 원칙을 제시했다. ▶사람을 존중하는 인물 ▶시대의 흐름을 읽고, 99% 서민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제도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 ▶인간의 창의력과 공정, 신뢰를 중요시하는 인물 등이다. 다음은 문답.

 -공천 기준 중 하나로 ‘공정과 신뢰’를 말했는데.

 “두 사람이 생일 케이크를 공정하게 나누려면 한 사람이 먼저 칼을 들고 자르게 하고, 나머지 한 사람이 자른 케이크를 먼저 선택하면 된다. 정책과 제도 개혁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한 케이크 자르기가 가능하다. 민주통합당이 그러한 공정한 사회, 신뢰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도록 그런 뜻이 있는 분들을 추천하려 한다.”

 -‘재벌개혁안’을 공천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기업의 창의력과 노력은 존중해야 한다. 다만 순환출자 방식으로 무리하게 회사를 확장한다든지, 부당내부거래를 해서 중소기업을 울린다든지, 집단의 힘으로 불공정거래를 한다든지 하는 건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정책을 만드실 분들을 추천하고 싶다.”

 -공심위원은 어떤 분들로 할 것인가.

 “각 분야의 저명하신 분, 특히 99% 서민의 애환을 공감할 수 있는 분, 공정하게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로서 적합한 분들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분들이 오길 바란다.”

 처음부터 그가 공심위원장으로 거론된 건 아니다. 2008년 총선 당시 대한변협회장 출신인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사정(司正)’ 같은 공천이 후유증을 키웠다고 판단한 지도부는 당 내부 인사인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을 유력한 카드로 검토해 왔다. 하지만 “호남 출신을 앞세워 호남 물갈이를 하려 한다”거나 “시민통합당 출신에 치우친 공천을 하게 된다”는 옛 민주계의 반발에 따라 외부로 눈길을 돌렸다. 강 위원장은 민주당 정권을 두루 거쳤기 때문에 옛 민주계의 반발이 적었다. 중립지역인 충남 출신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외부인사 중 검사 출신은 배제됐다. 한나라당이 정홍원 공천위원장을 임명한 31일부터 민주통합당에선 검사 출신뿐 아니라 아예 법조인을 배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확실하게 차별화하려는 전략이다. 또 한 명의 유력한 후보였던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그래서 막판에 제외됐다. 민주통합당은 3일 공천심사위원 14명을 선임하면서 공심위 구성을 완료한다.

◆강철규 위원장=▶충남 공주 ▶대전고, 서울대 상대 ▶한국은행 입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대통령자문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 ▶ 부패방지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우석대학교 총장(제11대)
[現]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前]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제12대)

1945년

공심위원장 맡아 … “재벌개혁 정책 만들 사람 공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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