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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혹한 불러온 ‘북극의 역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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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구 온난화(溫暖化)가 계속된다는데도 왜 겨울 추위는 더 심해지는 걸까. 기상청에 따르면 국내 연평균기온은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 들어 0.24도 올랐다. 반면에 한겨울인 1월의 평균기온은 오히려 0.43도 더 떨어졌다. 기상전문가들은 이 같은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를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에서 찾는다. 북극진동은 북극지방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가 시계추처럼 변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압 차이가 줄면 북극에 가둬져 있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밀려 내려와 북반구 중위도 지방이 추워지게 된다. 반대로 기압 차이가 커지면 찬 공기가 북극에 머물게 돼 중위도 지방은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의 김백민 박사는 “지구가 더워지면서 여름철에 북극해의 얼음이 더 많이 녹고, 얼음이 사라진 바다에서 수증기 발생량도 크게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이 수증기가 10월께 시베리아에 많은 눈을 내리게 하고, 또 쌓인 눈이 햇빛을 반사해 차가운 시베리아 대륙고기압을 일찍 발달시킨다는 것이다.

 대륙고기압이 발달하면 중위도의 7~12㎞ 상공에서 시속 100㎞로 빠르게 서에서 동으로 부는 편서풍인 ‘제트기류’가 남북 방향으로 사행(蛇行·뱀 모양의 구불구불한 움직임)하면서 흐름이 느려진다. 이에 따라 북극 찬 공기를 가둬주던 찬 공기의 소용돌이, 즉 한랭와(渦)가 약해져 찬 공기가 중위도 지방까지 내려오게 된다.

 김 박사는 “북극의 찬 공기는 유럽 쪽으로 먼저 내려온 뒤 시간 간격을 두고 동아시아에도 영향을 준다”며 “한반도는 동아시아에서 북극 냉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는 통로”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치면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최소 58명이 추위로 사망했다.

 기상청 정관영 예보분석관은 “그동안 컸던 기압 차가 1월 하순부터 줄어들었다”며 “최근 국내의 한파도 이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한파가 주말쯤 풀리겠지만 북극진동의 영향이 계속되면서 2월 말까지 한두 차례 강한 한파가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북극진동=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에 의해 극지방 추운 공기의 소용돌이(한랭와)가 수십 일 또는 수십 년을 주기로 강약을 반복하는 현상. 북극의 고기압이 약해지면 기압 차이가 줄고 한랭와가 약해진다. 그렇게 되면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까지 남하하게 돼 한반도는 추운 겨울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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