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X1.7m 철장서 8년 갇혀 산 장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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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광주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뇌병변장애 청소년이 8년간 갇혀 있었던 철장 모습.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장애인시설. 지적 장애인 1~2급인 중증장애인 26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 뇌병변장애(1급)를 앓고 있는 유모(17)양은 지난 8년간 가로 1m, 세로 1.7m, 높이 1.5m 크기의 철장에 갇혀 지내야 했다. 철장은 한 사람만 누울 수 있는 크기로, 철제 난간은 청테이프로 감싸져 있었다. 유양은 밥을 먹거나 치료를 받을 때만 이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설 내 장애인이 폭행과 감금 등 가혹행위에 시달리도록 방치한 의혹이 있는 장애인시설 원장 이모(41)씨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인권위는 시설을 폐쇄하도록 관할 구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시설 직원들은 장애인들을 방 안에 둔 채 문을 밖에서 걸어 잠가 사실상 감금해왔다. 직원들은 생활지도 명목으로 빗자루로 장애인들의 다리나 손바닥 및 발바닥을 때렸고, 여성 재활교사가 남성 장애인들의 목욕을 보조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 원장은 자신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제철 음식을 식단이나 간식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개별적으로 지급돼야 할 속옷을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한 사실도 적발됐다.

 지난해 이곳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이모씨는 1일 본지와 통화에서 “2002년 세워진 시설에 2008년 새로운 원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장애 증상이 심해진 아동을 병원에 맡기려고 했으나 원장이 ‘국가 보조금이 병원으로 들어간다’며 막았다”고 주장했다. 원장은 밥상에 나물 반찬이 올라오면 “왜 이런 반찬을 놨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종종 영양결핍과 빈혈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원장은 직원들을 대부분 계약직으로 채용했고, 운영상 이의를 제기하면 “넌 1년이면 땡이야”라며 협박하기도 했다.

시설 홈페이지에 공개된 예산 내역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이 시설에 지원한 보조금은 4억6935만원이다. 이씨는 “원장이 ‘(장애등급이) 3급이면 돈이 적게 나온다’는 말을 하고 돌아다닌다” 고 말했다. 참다 못한 직원들은 지난해 광주 서구청과 시청에 이 사실을 알렸고, 구청은 국가인권위원회에 합동 점검을 요청했다. 이 시설 관계자는 “아이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난간을 스티로폼으로 감싼 시설에서 생활하게 했다”며 “인권위 조사가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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