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성화대] 할머니 붉은악마 부대 눈길

중앙일보

입력

응원열기도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17일 한국 축구 2차전에선 '붉은 악마' 와 가수 김흥국씨가 이끄는 '아리랑' 응원단이 함께 응원. 또 한국과 독일의 남자 핸드볼 경기가 펼쳐진 제2 파빌리온에서는 한국 전통 농악기인 소고를 이용한 한국 응원단과 트럼펫을 내세운 독일 응원단의 대결이 펼쳐졌다.

유도장에 이어 농구장에도 한반도기가 펄럭였다.

한국 응원단 3백여명은 뉴질랜드와의 여자 농구 경기에서 흰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와 한반도 기를 흔들며 열렬히 응원.

한편 18일 한국과 독일의 여자배구 예선경기엔 시드니 충효노인회 소속 80여명의 할머니 부대가 한국에서 온 배구팬 20여명과 함께 한호 후원회가 마련한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응원.

○…의무실이 바쁘다.

한국 선수들의 의무실 이용 횟수는 하루 평균 약 1백50회. 대부분 스포츠 마사지를 받기 위해 찾고 있는데 1인당 40~80분 정도 걸리는 데다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문을 열어 놓는 까닭에 물리치료사들이 먼저 쓰러질 지경이라고.

한편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성 눈병 환자가 첫 발생, 의무실이 긴장. 여자 하키의 오승신 선수가 눈병 치료를 받고 있는데, 호주는 현재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이어서 각국 선수들에게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

○…한국선수단 경기복 제작사인 코오롱 스포츠는 유니폼의 오른쪽 가슴에 쓰여진 자사 마크를 가릴 수 있는 임시 패찰을 만들어 시드니로 긴급 공수. 이같은 조치는 지난 16일 강초현이 사격 은메달을 따낸 뒤 시상대에 올랐으나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상표 면적이 규정(12㎠)을 넘었다는 이유로 시정을 촉구한 데 따른 것.

○…18일 여자배구 예선에서 맞붙은 한국 여자대표팀의 김철용(46)감독과 이희완(46) 독일 여자대표팀 감독은 성균관대 74학번 동기생으로 세터 출신인데다 함께 자취를 했던 오랜 친구 사이. 이감독은 81년에 독일로 건너가 선수 활동을 계속하다 그곳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아 지난 해부터 독일 대표팀을 맡았다.

3 - 0으로 한국이 이긴 뒤 이감독은 김감독에게 "우리가 져 아쉽지만 한국이 꼭 메달을 따라" 고 격려.

○…올림픽 선수촌은 별난 이름을 가진 선수들 천지다. 1만여명의 각국 선수 가운데 이름만으로 보면 모세.모하메드 등 위대한 종교 지도자들을 만날 수 있고 모차르트와 단테 등 불멸의 예술가도 있다.

케네디.마오.카터.무바라크에 마르코스까지 참가해 정상회담도 가능한 수준.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함께 노니는가 하면 블랙과 화이트도 평화롭게 공존한다.

스페인 선수단이 '브라보' 를 외칠 때는 여자 육상 계주 4백m에 출전한 브라보를 부르는 소리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미국 배구팀은 항상 공과 함께 산다. 대표선수 가운데 롤리 볼이 끼어 있기 때문. 자동차 매니어들은 메르세데스와 페라리를 차 이름으로 착각할 만하다.

그린(녹색).브라운(갈색) 등 색깔과 카펜터(목수).베이커(제빵사).버틀러(집사).쿡(요리사) 등 직업을 연상하는 이름도 수두룩.

○…16일 조정경기장에서 불과 3㎞ 떨어진 숲에서 경기종료 몇시간 뒤 산불이 나 주최측이 긴장. 불이 경기장 쪽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산불진화 요원 1백여명과 헬기 3대가 동원돼 다음날 새벽 가까스로 불길을 잡았다.

○… "메달보다 신변 안전이 더 걱정" . 개막 전 연착과 사고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선수단 수송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 오후 임원들을 싣고 가던 귀빈용 승용차가 올림픽 경기장 근처에서 선수 수송용 버스와 충돌, 임원 한명이 크게 다쳤다고 18일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며칠 전 미국 고적대 리더가 역시 올림픽을 위해 동원된 버스와 승용차의 충돌사고에서 중상을 입었으며 개막 일주일 전에는 나이지리아 육상 선수가 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까지 있었다.

호주 복싱 선수단은 18일 복식경기장으로 가던 도중 버스기사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시합 시간에 30분이나 늦었다.

같은 날 일본 소프트볼팀도 선수촌과 경기장 사이의 고속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45분이나 늦게 도착, 예정보다 늦춰 중국과 경기를 치러야 했다.

○…올림픽 야구장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총잡이들이 일제히 출현. 한 손에 스피드건, 다른 손엔 비디오 카메라를 휴대해 일명 총잡이로 불리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올림픽에 참가한 각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옥석(玉石) 고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메이저리그는 90년대 중반 박찬호(LA 다저스)와 노모 히데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 아시아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자 전 세계로 스카우트 시장을 넓혔다.

한국 선수 중에는 올 시즌 뒤 해외진출 자격을 획득하는 정민태(현대)와 구대성(한화)이 이들의 최대 관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