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리마을 얼음썰매장 인기 … 가족 추억 담아 씽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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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리 얼음 썰매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얼음을 지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논바닥 지치며 씽씽 … 동심에 빠진 가족들

추억의 논바닥 얼음 썰매장이 조성돼 인기를 끌고 있다. 설날인 23일 오후 2시 천안시 성성동 사라리 마을. 차례를 마치고 나온 가족들이 삼삼오오 얼음 썰매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난로에는 썰매를 타다가 발갛게 볼이 언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불을 쬐고 있었다. 논둑 근처 얼음이 녹은 곳에 발이 빠져 양말을 말리고 있는 어린이도 보였다. 썰매장 주위를 돌며 이용객들의 안전을 살피던 사라리 마을 어르신들은 ‘메기 잡았구나’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썰매장을 찾은 어린이들은 칼바람을 겁내지 않고 신나게 썰매타기를 즐겼다. 어른들도 신이 나긴 마찬가지. 산비탈에 만들어진 천수답 논에서 썰매를 타던 옛 추억 때문이다. 속도를 높이며 아이들과 시합도 하고, 아이들에게 썰매를 끌게 하며 동심으로 돌아간 아빠들도 있었다.

　박은미(36·천안 성정동)씨는 “집 가까운 곳에 논 썰매장이 생겨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며 “날씨가 추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추위쯤은 날려 버릴 정도로 즐겁기만하다”고 말했다. 박은희(6·환서초)양은 “처음으로 얼음썰매를 타 봤는데 눈썰매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벌써 방향 바꾸는 법을 터득했다”며 웃었다.

1사1촌 자매결연으로 조성된 썰매장

겨울철 전통놀이로 인기 만점인 얼음 썰매장은 삼성 SDI와 사라리 마을의 1사1촌 자매결연으로 만들어졌다. 마을 주민 김동길씨가 사라리 201번지 논 6000여㎡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썰매 만드는 비용은 삼성 SDI에서 지원했다. 마을 주민 5명이 4일 동안 나무판자로 만든 썰매판은 모두 120개. 시간 관계 없이 썰매판 이용료 3000원만 내면 마음껏 탈 수 있다. 얼음 썰매장은 얼음이 녹아 썰매를 타지 못할 때까지 운영된다. 수익금은 성성동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된다.

　사라리 얼음 썰매장은 지난달 26일 개장 이후 평일에는 20~30명, 주말에는 200여 명이 찾고 있다. 삼성 SDI 임직원 가족 외에도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 학부모들이 즐겨 찾는 지역의 명소가 됐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주말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썰매장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마련돼 의미가 더 크다. 썰매장 관리를 위해 주민들이 교대로 근무 조를 편성, 얼음에 매일 물을 뿜어주고 썰매 수선을 챙기고 있다. 마을 부녀회에서는 어묵·컵라면·고구마를 팔며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썰매장 인근 식당의 도움을 받아 식당 화장실과 주차장도 마련했다. 주민들이 모여 하루 만에 만들었다는 비닐하우스는 매표소이자 썰매 보관소다. 이 곳에서 이용객들은 추위를 녹인다. 사라리 마을 서정덕(54) 통장은 “농번기에 받은 도움을 농한기에 갚고 싶었다”며 “정월 대보름인 2월 6일에는 썰매장에서 대보름 행사로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라리 마을 외에도 겨울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이 많다. 독립기념관은 2월 12일까지 서곡 독립군 자연체험학습장 생태연못에 자연 상태의 얼음 썰매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천안종합운동장 오륜문 광장에 개장한 야외스케이트장도 2월 12일까지 운영된다. 이용요금은 입장료와 대여료를 합해 2000원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상록리조트 눈썰매장은 지역 주민 특별할인제를 적용해 천안, 청주에 거주하는 주민(신분증·의료보험증 제시)들은 30% 할인된 가격(어른 7000원, 어린이 56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1사1촌=2003년부터 농촌과 도시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사업으로 기업(또는 단체)과 농촌 마을이 자매결연을 맺어 일손 돕기, 농산물 직거래, 농촌 체험과 관광, 마을 가꾸기와 같은 다양한 교류활동을 시행하는 사업이다. 기업은 농촌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의 제고를, 마을은 기업에게 안전한 농산물과 깨끗한 환경을 제공해 지역 농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일종의 상생 운동(win-wi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