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 옆에 ‘2000억짜리 인공호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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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전시가 도안신도시에 ‘생태호수공원’ 건립을 추진하자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생태호수공원 건립은 염홍철 대전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시민단체들은 “넉넉지 않은 시 재정 형편에 시 예산 2000억 원을 들여 하천(갑천) 옆에 호수공원을 만들 필요가 있냐”고 지적한다. 게다가 호수공원이 들어서는 곳은 신도시 중심부가 아니어서 접근성도 떨어진다.

 시는 최근 서구 도안동과 유성구 원신흥동 갑천변 일대 농경지 38만㎡에 도안 생태호수공원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5년 당초 계획보다 공원면적이 36% 축소된 것이다. 조성 비용은 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주거단지 개발을 포함한 호수공원 조성 관련 총 사업비는 4554억 원에 이른다. 시는 이 가운데 호수공원 조성비용은 시 재정과 주변 주거단지 개발사업 이익금(1000억 원) 등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는 호수공원 주변 47만㎡를 주거단지로 개발키로 했다. 주거단지는 대전도시개발공사가 개발한다.

 시는 지난해 “호수공원 예정지가 갑천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사업비 100%를 정부의 국비(4대강 사업비)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비지원이 무산되자 시민 세금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2018년까지 7년간이다. 시는 올해 하반기 개발사업 지구지정 고시와 내년 초 실시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대전시 박영준 주택정책과장은 “4대강 사업과는 별도로 환경부 등을 상대로 국비확보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민 휴식공간 조성과 생태환경을 위해 호수공원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참여연대 금홍섭 사무처장은 “도안신도시는 갑천을 활용하면 시민들에게 얼마든지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며 “별도의 호수공원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안신도시 호수공원 조성과 주거단지 개발이 충남도청 이전 등으로 가시화하고 있는 대전 중구·동구 등 원도심 상권의 붕괴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국주거환경개선사업주민대표연합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생태호수공원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연합회는 성명에서 “호수공원 주변을 주거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은 중구 일대 원도심 주거환경개선사업 수요를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구 인동 일대 대신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820가구)는 LH공사가 올해 사업에 착수한다.

 한나라당 대전시당 주거환경개선특위원회 윤석만 위원장도 “동구 소제·천동 등에는 쓰러져가는 집들로 가득하다”며 “대전시가 서민들의 기초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은 등한시한 채 전시성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안신도시=유성구 상대·원신흥·봉명·용계·구암·대정·원내동과 서구 도안·가수원·관저동 일원에 건설되고 있는 신도시(611만㎡)다. 2003년 대전서남부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되면서 본격 개발됐다. 총 3단계로 나눠 추진되는 데 현재는 1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파트 등 주택 2만3000가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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