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소유자들 울상 “공시가 현실화도 좋지만 한꺼번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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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단독주택 소유자는 갑작스러운 공시가격 인상 소식에 울상이다. 공시가격이 뛰면 그만큼 보유세 등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서초·강남구 등 집값이 비싼 일부 지역 집주인은 ‘세금 폭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집값 하락 등을 걱정하는 집주인은 거의 없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사는 정현수(64·은퇴)씨는 “별다른 소득은 없는데 세금까지 오른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얼굴을 붉혔다. 그는 “이웃한 친구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세금 인상 폭을 봐서 집을 파는 것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소유자의 걱정은 더 크다. 서초구 양재동에 2층짜리 단독주택을 갖고 있는 김모(57·자영업)씨는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해 종합부동산세까지 내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집은 현재 공시가격이 8억7000만원으로 이번 조치로 종부세 과세기준인 9억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도 좋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단독주택 소유자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공시가격 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집값이 비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세금 인상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원세무회계사무소 황성욱 세무사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단독주택의 경우 세액 차이가 별로 없어 공시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표준 단독주택의 94.4%가 3억원 이하다. 이들 주택의 올해 재산세 인상액은 대부분 1만원 이하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집주인도 세금 인상 소식에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집값 하락 등은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노원구 을지공인 서재필 사장은 “집값이 내리거나 거래가 끊기는 등 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실제로 세금이 부과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단독주택을 전·월세로 내놓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세금 인상분을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집주인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전·월세 보증금 등 임대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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