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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기성회비 … 10년치 돌려줄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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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대 등 전국의 국·공립대가 등록금과 함께 받아온 기성회비는 법적 근거가 없어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되면 각 대학은 민법상 소멸시효가 남아 있는 최근 10년간 기성회비를 모두 학생들에게 반환해야만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부장 정일연)는 27일 서울대·부산대·경북대·전남대·공주교대·경상대·공주대·창원대 등 8개 국·공립대 학생 4219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서 “각 대학 기성회는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학생들은 2010년 “기성회비 징수에 법적 근거가 없으니 납부한 기성회비 중 1인당 10만원씩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기성회비는 자율적인 회비이므로 법령상 등록금에 포함되는 수업료·입학금과는 성격과 취지가 다르다”며 “각 학교가 기성회비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고등교육법과 규칙·훈령만으로는 학생들에게 기성회비를 납부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립대들이 기성회비 징수가 가능하도록 자체적으로 학칙을 만든 건 권한 밖의 일이라는 것이다. 또 학생들이 각 대학에 입학 지원을 했다거나 이의 없이 기성회비를 냈다고 해서 기성회 가입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기성회비는 1963년 제정된 ‘대학, 고·중학교 기성회 준칙’(옛 문교부 훈령)에 따라 학교가 시설 확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돈이다. 사립대에서는 2000년대 초 폐지됐으나 국·공립대는 계속 받아왔다. 2010년 기준으로 국·공립대는 전체 등록금의 84.6%를 기성회비로 충당했다.

 재판부는 “기성회비가 수업료 인상에 대한 재학생의 저항과 국가의 감독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는 “기성회비라는 개념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이번 소송과는 별도로 각 대학은 소멸시효가 남은 기성회비 전체를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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