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온난화는 인간 탓 아니다? … 어둠의 과학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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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의혹을 팝니다
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M 콘웨이 지음
유강은 옮김, 미지북스
625쪽, 2만5000원

공저자인 역사학자(콘웨이)와 과학자(오레스케스) 둘은 입이 매우 크다. 즉 목소리가 높은데다 공격적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시대 과학 쟁점 다섯 개를 둘러싸고 반대 진영 학자들을 “나쁜 과학을 퍼뜨리는 어둠의 세력”이자 “한 줌밖에 안 되는 과학자”로 몰아세운다.

 부제도 화끈하다. ‘담배 산업에서 지구온난화까지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이다. 강도 높은 표현 속에 쟁점도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살충제 DDT가 생태계 파괴의 주범인가 아닌가, 지구온난화·산성비는 인간이 만든 재앙인가 아닌가를 따진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 시절 스타워즈(전략방위구상)가 정당했는가도 검증의 도마에 올린다.

 폐암이 흡연습관 탓인가, 취약한 유전자 때문인가도 따져 묻는데, 그럼 과학의 몇몇 쟁점을 짜깁기한 책인가. 아니다. 이 책이 겨누는 칼날은 어둠의 세력의 급소를 겨눈다. 상식을 가리는 의혹의 먹구름을 만드는 데 열중하는 “과학의 탈을 쓴 회의주의자들”은 알고 보니 동일인 세력이란 주장이다.

 프레더릭 사이츠와 프레드 싱어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2차 대전 때 물리학자로 활동했다가 냉전 시절 미 정부에 참여했다. 스타워즈 구상 때 보수적 싱크탱크인 마셜 연구소도 설립했다. 냉전 이후 새 가상적으로 극단적 생태주의 그룹을 상정한 뒤 이젠 대중을 현혹시키는 중이란 신랄한 비판이다.

 그들은 베트남전 이후 과학계의 자유주의적 기류가 못마땅했고, 때문에 담배회사, 화석연료 업체의 후원 아래 환경 규제론에 반대했다. 산성비는 배기가스가 아니라 화산 활동에 의한 것이고, 지구온난화는 태양활동의 주기 변화 탓이라는 주장이다. 흡연과 암 사이의 연관성도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잠시 속이 후련해진다. 하지만 뭔가가 아쉽다. 좀 치우친 느낌 때문인데, 흡연을 빼곤 나머지 넷은 현재 논란이 진행 중이다. DDT 폐해를 다룬 레이첼 카슨의 고전 『침묵의 봄』은 평가절하 중이다. “카슨의 잘못된 경고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죽고 있다”고 지적한 게 얼마 전 뉴욕타임스였다.

  어둠의 세력으로 지목된 프레드 싱거가 에이버리와 함께 쓴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동아시아) 는 외려 과도한 환경 불안증을 가라앉혀주는 좋은 저술로 평가 받기도 한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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