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썰매·스키 밖에 없다구요? 스쿠터·래프팅·봅슬레이도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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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전거처럼 생긴 스노 스쿠터는 BMX 자전거처럼 눈밭에서 갖은 묘기를 부릴 수 있다. 2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스키에이트는 눈 위에서 타는 스케이트로 평지에서도 마치 스케이트처럼 탈 수 있다. 또 플레이트가 45㎝ 정도밖에 되지 않아 점프를 쉽게 할 수도 있고 뒤로도 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노보드 매니어 박재환(30)씨는 지난해부터 보드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더 이상 배울 게 없다 보니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최근에 스노 스쿠터(Snow Scooter)라는 새로운 겨울 레포츠를 알게 됐다. 스노 스쿠터를 처음 접한 박씨의 반응은 “왜 진작 몰랐을까”였다. 그만큼 스노 스쿠터는 강렬하고 인상 깊었다. 지금은 스키장에 스노 스쿠터를 타러 간다.

눈 위에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는 스키와 스노보드만 있는 게 아니다. 요즘엔 스노 스쿠터처럼 신종 레포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국의 눈밭을 뜨겁게 달구는 새 겨울 놀이를 소개한다.

글=이석희 기자

# 일본에선 스키 인구의 20%가 즐기는 스노 스쿠터

2009년 12월 국제 스노보드 대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스키 점프대를 박차올라 공중제비를 하는 자전거 모양 보드가 등장했다. 그 낯선 보드가 바로 스노 스쿠터였다. 대회에 참가한 스노보더 대부분이 이날 스노 스쿠터를 처음 봤다.

 스노 스쿠터는 자전거와 비슷하게 생겼다. 대신 앞뒤 바퀴 자리에 보드 데크가 달려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설다. 1998년 처음 소개됐다고 하지만 현재 동호인은 1000명도 안 된다. 일본에서는 전체 스키 인구의 20%가 스노 스쿠터를 타고 해마다 유럽과 북미에서 국제 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최소 129만원이라는 장비가 부담스럽고,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곳이 곤지암·덕유산 리조트 두 군데뿐이어서다.

 스노보드를 탈 줄 알면 스노 스쿠터는 쉽게 배울 수 있다. 앞뒤 보드가 따로 움직여 스노보드보다 컨트롤이 다소 까다롭다는 점 빼고는 어려울 게 없다. 핸들을 잡고 타기 때문에 중심 잡기가 훨씬 쉬워 부상 위험도 작다.

 스노 스쿠터는 활강보다는 묘기를 부리는 재미에 탄다. 점프대를 날아올라 스노 스쿠터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착지하거나, 손을 떼었다가 다시 잡는 등 여러 묘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런 아찔한 모습이 BMX(Bicycle Motorcross, 자전거를 이용한 극한 스포츠)와 비슷하다고 해서 ‘눈 위에서 타는 BMX’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스노 스쿠터를 만든 주인공이 독일의 BMX 프로 선수들이었다.

 장비는 국내에서 만들지 않아 일본에서 수입한다. 스노 스쿠터 연맹 홈페이지(www.snowscooter.co.kr)에 신청하면 무료 강습을 받을 수 있다. 연맹에서 장비도 빌려준다. 하루 2만원.

스노 래프팅은 눈 위에서 타는 바나나 보트다. 강원도 평창 의야지 바람마을 눈밭에서 가족들이 신나게 스노 래프팅을 즐기고 있다.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 눈 위에서 타는 스케이트-스키에이트

스키에이트(Skiate)는 스키(Ski)와 스케이트(Skate)를 합친 말로 눈 위에서 타는 스케이트를 말한다. 겨울 레포츠로는 특이하게 우리나라가 원조 국가다. 쇼트 스키(Short Ski)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플레이트 길이가 쇼트 스키의 절반인 45㎝ 정도에 불과하다. 플레이트가 짧아서 슬로프에서 움직임이 그만큼 자유롭다. 인라인 스케이트나 롤러 스케이트를 탈 줄 알면 별 다른 강습 없이 바로 즐길 수 있다.

 1998년 세계 최초로 스키에이트를 발명한 이지하(33)씨로부터 간단한 주의 사항을 들은 뒤 곤지암리조트 초보자 슬로프에 올랐다. 스키와 같은 자세로 타니까 넘어지지도 않고 금세 내려왔다. 플레이트가 짧아서 회전할 때 쉽게 스키를 조종할 수 있었다. 중급자 코스에서도 어려움은 없었다. 이지하씨는 “가수 김건모씨도 지난해 용평스키장에서 처음 스키에이트를 접하고 바로 적응을 했다”며 “지금은 스키에이트 매니어가 됐다”고 소개했다.

 스키에이트는 활강이 목적이 아니다. 이것도 묘기를 부리기 위해서 탄다. 이지하씨가 시범을 보였다. 뒤로 활강을 하기도 하고, 양발을 지그재그로 교차하는 슬라럼(Slalom) 묘기도 부렸다. 점프는 기본이고, 인라인 스케이트에서 부릴 수 있는 연기는 모두 가능하다고 한다.

  스키에이트는 부츠·플레이트·바인딩으로 구성된다. 부츠는 기존 스키나 스노보드용을 신어도 상관없다. 플레이트와 바인딩을 사야 하는데 가격은 50만~120만원이다. 스키에이트 동호회 홈페이지(www.스키에이트.com)에 신청하면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동호인은 6000명 정도다.

# 보트 타고 튜브 타고-스노 래프팅과 스노 봅슬레이

겨울 레포츠는 스노 스쿠터나 스키에이트처럼 혼자서 즐기는 종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럿이 함께 즐기는 종목도 있다. 이 중에서 스노 래프팅과 스노 봅슬레이는 가족형 레포츠라 할 수 있다.

 스노 래프팅은 말 그대로 눈 위에서 즐기는 래프팅이지만 형태는 바나나보트에 더 가깝다. 8명이 탄 긴 보트를 스노 모빌이 끄는데 눈만 있으면 어디든지 달린다. 길이 아니어도 좋고, 둔덕이 있으면 공중으로 날기도 해서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스노 모빌 최고 시속이 40㎞에 이르다 보니 보트에 눈이 날아들어 불편한 점이 있다. 그래서 스노 래프팅은 바나나 보트와 달리 뒤로 돌아서 탄다. 강원도 평창 의야지 바람마을(www.windvil.com)에 3만3000㎡(약 1만 평)에 이르는 상설 스노 래프팅장이 있다. 지난해 6000명 이상이 여기서 스노 래프팅을 즐겼다. 1인 8000원.

 스노 봅슬레이라는 것도 있다. 겨울 올림픽 종목인 봅슬레이에서 이름을 따왔지만 눈썰매에 가깝다. 철제형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봅슬레이와 달리 스노 봅슬레이는 1~2인용 튜브를 타고 200m쯤 되는 코스를 질주한다. 스노 봅슬레이의 특징은 코스다. 일직선으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중간에 S자 코스 등 변화를 줬다. 눈썰매에 물린 초등학생이 제일 좋아하는 이유다.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 등 전국 겨울 축제의 단골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휘닉스파크(반일권 성인 1만5000원)와 현대 성우리조트(탑승 2회 탑승권 성인 8000원)에 상설 코스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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