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도 성기능 강화 … 더 아름다운 ‘황혼의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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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65세 이상 노인의 상당수가 성(性)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죽어도 좋아’. 2002년 노인의 사랑을 다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의 성(性)이라는, 다소 낯선 소재로 충격을 주었다. 무성(無性)의 존재로 여겨졌던 ‘노인의 성’이 사회적 통념을 부수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노인의 성생활에 대한 첫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노인의 성이 이젠 사회적 공론화의 대상이 된 것이다.

‘발기부전’이 성생활 가로막아

실제 노인의 성생활은 사회적 인식보다 더욱 활발하다. 노인 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현재 성생활을 하고 있다’는 질문에 66.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2명은 여전히 성생활을 영위한다. 하지만 그들의 상당수가 성기능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실시한 노인의 성상담 유형을 살펴보면, ‘성기능’에 대한 상담이 ‘부부 성 갈등’, ‘이성교제’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성생활을 하고 있는 노인 가운데 50.8%는 ‘발기부전치료제’를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구입 동기로는 ‘성기능 향상’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처럼 발기부전으로 인한 성기능장애는 이제 중년 남성을 넘어 노년의 고민이기도 하다. 대한비뇨기과학회지(2007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40대 이상 남성의 경우 전체 40% 이상이 발기부전을 겪고 있으며,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80% 이상이 발기부전 증상을 보인다.

당뇨병 등 대사성질환이 주요 원인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성기능이 감소한다. 여기에 당뇨·고혈압·고지혈·동맥경화 같은 대사성질환이 발기부전을 부추긴다. 대한남성과학회에 따르면, 고혈압환자는 2배, 심장질환자는 2.5배, 당뇨병 환자는 무려 5배나 발기부전 발병률이 높다.

 이는 발기의 원리가 혈액순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발기는 음경에 혈액이 유입돼 팽창되는 현상이다. 이를 위해선 혈액순환이 원활해야 한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처럼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하면 혈관에 손상이 생기고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다. 이러한 혈관장애는 발기부전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노인의 상당수가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60세 이상 남성 노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40.5%에 달한다. 그만큼 발기부전 발병 확률 역시 높아진다. 분당차병원 김문종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혈관 자체가 손상돼 일반 환자보다 중증의 발기부전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년의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리 개방적이지 않다. 때문에 노인 역시 자신의 성적욕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고, 음성적인 경로로 유통되는 발기부전치료제에 쉽게 유혹된다. 실제 발기부전치료제를 사용한 노인의 절반가량(49.7%)은 약국이 아닌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제품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에는 발기부전치료 주사제를 불법으로 조제해 노인에게 판매해온 한 병원실장이 약사법 위반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내게 맞는 발기부전제 복용해야

발기부전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정확한 진단·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 약효와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불법유통제품 복용시 건강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무분별한 복용은 안면홍조·두통·색맹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대사성 질환과 합병증으로 인해 여러 개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노인이라면 치료제 선택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이에 제약사들도 과거 단순히 ‘발기’ 기능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여러 질환을 고려한 특성 있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발기부전치료제는 비아그라·시알리스·레비트라·자이데나·엠빅스·제피드 이렇게 여섯 종류다. 그 가운데 가장 최근에 출시된 JW중외제약의 ‘제피드’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발기부전 환자에게도 효과적인 제품이다.

 제피드의 효과는 미국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 11년 이상 당뇨병을 앓고, 6년가량 발기부전 증상을 겪은 환자 38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제피드 복용군은 삽입성공률이 기존 41.5%에서 63.5%로 22%가 높아졌다. 또 발기지속력은 8%에서 40%로 무려 32%나 증가했다. 부작용 발현율도 낮아 높은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발기부전치료제는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시간도 중요하다. 제피드는 발현시간이 15분 이내로 국내 출시된 치료제 중 가장 빠르다.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는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환자 상태를 고려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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