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원차서 내리다 참변 … 인솔교사 한 명만 있었다면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26일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 영안실엔 새침하게 웃고 있는 김모(6)양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그 앞엔 유치원 가방, 피아노 교본, 과자, 새 운동화가 있었다. 김양의 어머니 강모(36)씨는 “3월부터 유치원에 다닌다며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이렇게 비참하게 가 엄마가 미안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김양은 지난 25일 오후 6시쯤 서울 구로구 온수동 H아파트 앞에서 김모(49·여)씨가 운전하던 스타렉스 차 뒷바퀴에 깔려 숨졌다. 김양은 피아노 학원 수업을 마친 뒤 학원장인 김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 앞에서 내리다 변을 당했다.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였다. 사고 당시 차량엔 보호자로 운전자 김씨만 있었다. 경찰은 김양이 혼자서 내린 뒤 차문을 닫다 눈길에 미끄러져 인도에서 차도로 굴러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가 차 밑으로 들어간 김양을 보지 못한 채 유턴하기 위해 차량을 움직이면서 뒷바퀴에 김양이 깔려 사망했다. 김씨는 사고가 난 줄도 몰랐고, 반대편에서 오던 택시의 기사가 손짓으로 알려줘 뒤늦게 차를 멈췄다고 한다. 도로교통법상 학원 통학버스는 인솔교사가 반드시 같이 타야 한다. 또 인솔교사가 없을 경우 운전자가 내려 차문을 열고 닫으면서 어린이의 승·하차를 도와야 한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김씨를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