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당국자, CDMA 채택 시사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채택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다. 12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우지추안 중국 신식산업부(정보통신부)부장은 국내외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CDMA 포기설을 일축하고 CDMA-2000의 전단계기술인 IS-95의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 관리들이 지난 몇달간 CDAM 채택 가능성을 여러 차례 거론했지만 주무부처 장관의 발언은 이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하고 있다. 우 장관은 "이동통신 시장의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IS-95를 도입, 채택해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에서 이 문제에 관해 다양한 보도를 하고 있지만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제2위의 이동통신 사업자이자 CDMA사업의 주체인 차이나유니콤(중국연합통신)은 지난 6월 CDMA채택을 유보했었다. 그러나 중국 및 해외의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CDMA채택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포착되고 있다.

CDMA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퀄컴을 비롯, 루슨트 테크놀로지와 에릭슨,현대전자 등 중국의 CDMA사업과 관련된 해외 업체의 관계자들은 연합통신측과의 접촉과정을 통해 낙관적인 조짐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동양일보는 지난 4일 정부당국이 연합통신에 CDMA채택을 종용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결단이 내려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다만 중국 신식산업부가 2.5세대 기술인 IS-95나 3세대 기술인 CDMA-2000을 놓고 저울질 하고 있어 결정이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왕지안주 연합통신 사장도 지난주 CDMA사업에 대한 투자는 모기업인 그레이트월텔레콤이 주도할 것이며 그 규모는 현재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CDMA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IS-95와 CDMA-2000가운데 어느 쪽을 택할지는 언급을 거부했다.

차오싱 유니버설, 다탕 텔레콤, 종싱 텔레콤, 차이나 푸치안 텔레콤, 화웨이 커뮤니케이션등 5개 회사가 신식산업부로부터 CDMA휴대폰 개발업체로 지정됐다는 사실도 고무적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차오싱 등은 몇 가지 우호적 여건을 들어 연합통신이 결국은 CDMA를 채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국영기업을 포함한 10여 개 업체들이 시설투자에 2억 달러를 지출한 이상 CDMA채택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중국 정부의 정치적 고려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정부 관리들은 대미무역관계라는 측면에서 퀄컴과 루슨트가 강점을 갖고 있는 CDMA를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CDMA를 통해 해외업체들의 경쟁을 유도, 기술이전과 투자비용 절감을 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롱지 총리 개인적으로도 국내기업을 국제적 업체로 키우기 위해 CDMA의 조기 채택을 개인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업계 관측통들은 지금에 와서 U턴을 한다면 중국의 대외 신뢰도도 훼손되겠지만 국내적으로도 당장 기지국을 포함해 CDMA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한 중국기업에는 적지 않은 손실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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