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치마 속에 뭐 입었니?" 성교육 만화 낸 女교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아라의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펴낸 안명옥 교수. [사진=박종근 기자]

“어려서부터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아이들은 자존심이 강해요. 성교육은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사랑 교육’이거든요.”

 사춘기 소녀들을 위한 성교육 만화 『아라의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펴낸 안명옥(58·사진) 차의과학대 보건복지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안 교수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들이 남도 사랑할 수 있다”면서 “성교육이 제대로 되면 학교폭력·왕따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2002∼2004년 국내 최초로 사춘기 소녀 전담 클리닉 ‘소녀들의 산부인과’를 서울 강남차병원에서 운영했던 의사다. 블로그 ‘안명옥의 무지개 나라(www.amo21.net)’와 인터넷 카페 ‘닥터 아모의 프린세스 다이어리(cafe.naver.com/dramo/7)’를 통해 소녀들의 고민 상담을 하고 있는 그는 “소녀들이 거리낌없이 산부인과에 다니며 자기 몸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배울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옷 선물 대신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안 교수는 “아이가 초경을 시작하면 친절한 여의사가 있는 산부인과를 찾아가 진료를 받게 하라”고 권했다. 자궁의 발육이 정상인가, 난소에 이상이 없는가 등을 확인하는 동시에 자기 몸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초음파로 자신의 자궁과 난소를 보면서 ‘내 몸이 자랑스럽다’ ‘소중한 나를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을 키우는 과정이에요.”

신간 만화『아라의 프린세스 다이어리』

 안 교수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딸의 초경 기념으로 옷이나 케이크를 선물하는 대신 백신을 맞게 하라”는 제안이다. 책 『아라의 …』에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았다.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감염을 막아 예방효과가 90%에 달하는 백신이란다.

 “너무너무 중요한 백신인데 어른들이 몰라서 안 맞혀주는 것 같아요. 암이라는 무서운 병이 주사 한 방에 예방이 된다니 의사인 저도 놀라워요.”

너무 모르거나, 너무 알거나

『아라의 …』는 주독자층을 중학생으로 정하고 만든 만화다. 호기심 많고 씩씩한 14살 소녀 아라를 주인공 삼아 사춘기의 성과 건강관리, 임신과 피임, 성희롱 대처법 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성희롱 여부의 기준이 되는 ‘성적 수치심’에 대한 설명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풀어냈다. 남자 어른이나 남자 친구가 “오늘 점심 뭐 먹었니?”라고 물어보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오늘 치마 속에 뭐 입었니?”라고 물으면 기분이 상한다. 이렇게 성적 호기심과 관심에서 하는 행동이나 말 때문에 생긴 불쾌감, 이게 바로 ‘성적 수치심’이란 설명이다.

 안 교수는 “청소년들의 성 지식 수준은 너무나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지고지순 아가페적인 사랑만 아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호기심에서 포르노 영화 흉내를 내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적기(適期)’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성에 대해 질문할 때 무시하지 말고 성의 있게 아름다운 말로 대답해 주세요. 그렇다고 어른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 알려주려고 해서도 안 돼요.”

 그는 초등학교 5, 6학년 정도의 아이에게는 수정과 착상을 가르치고, 중학생이 되면 피임에 대해 알려주는 식으로 단계별로 성교육을 하라고 권했다.

 안 교수는 “성도 수학이나 영어처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과목”이라면서 “청소년기 남성을 위한 ‘소년들의 비뇨기과’도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