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대리점서 중고폰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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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중고 휴대전화 단말기를 살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5일 “4월 중에 중고폰 판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국 직영 매장 34곳에서 먼저 시작한 뒤 추후 일반 대리점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통사가 대리점에서 중고폰 판매에 나서는 것은 국내 이동통신 25년 역사상 처음이다. 중고폰 판매가 시작되면 ‘약정 요금제로 묶어 새 단말기를 할부로 구입하는’ 휴대전화 구매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신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단말기 제조업체와 약정을 통해 가입자를 2년 이상 장기간 묶어두려는 이통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대리점에서는 신제품만 판매해 왔다.

 중고폰 판매가 시작되면 약정 없이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지금까지 ‘무약정 중고 단말기(공기계)’를 구하려면 온라인 장터 등에서 개인간에 거래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사기를 당할 위험도 있고 약정이나 할부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없어 나중에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이통사 대리점에서 사는 단말기는 이런 문제가 없다.

SK텔레콤은 자사 대리점에서 구입한 단말기라도 경쟁 업체나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에 가입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고폰 구입 고객을 SK텔레콤에만 가입하도록 하는 어떠한 제약이나 규정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기에 공급되는 단말기는 아이폰3GS를 제외하면 대부분 SK텔레콤에서 사용하던 기기들이어서 다른 통신사를 선택하면 T스토어·T맵·고객센터 앱 같은 부가 기능은 이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SK텔레콤이 중고폰 판매에 나서는 것은 중고단말 수요가 예상보다 많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이 지난해 7월 온라인 T스마트샵에 문을 연 중고폰 장터인 ‘T에코폰’ 코너는 6개월 만에 월 1만4000대가 거래될 정도로 인기다. 등록된 스마트폰의 95%가 한 달 이내에 팔려나간다. 중고폰을 사서 가입하는 고객에겐 신규 유치를 위한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이통사가 중고폰 판매에 나선 배경이 됐다.

 올해 5월 시행되는 ‘블랙리스트 제도’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블랙리스트 제도에서는 개인적으로 구입한 단말기도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싼 값에 스마트폰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알뜰고객’에게도 이익이다. 갤럭시 노트나 아이폰4S 같은 최신 스마트폰을 쓰려면 할부금을 포함해 한 달에 7만~9만원의 요금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중고 단말기를 활용하면 절반 수준의 요금으로도 쓸 수 있어 부담이 적다.

박태희 기자

◆블랙리스트 제도=도난·분실 등 ‘문제 휴대전화’ 리스트만 관리하는 방식. 블랙리스트에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는 범용사용자식별모듈(USIM)만 꽂으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휴대전화 제조업체 대리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단말기를 사서 쓰는 것도 가능해진다. 현재 시행 중인 화이트리스트 제도는 제조업체가 납품한 단말기 전체의 고유식별번호(IMEI)를 이통사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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