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올림픽과 한국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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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첫 출전에서 승리, 그리고 48년이 지난 마지막 대회에서 승리.

길고 긴 터널의 연속이었던 한국축구의 어제는 48년의 세월이 말해주듯 길고도 험난한 시간이었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한국은 김용식의 2골과 배종호, 정국진 ,정남식 등이 골을 넣으며 강호 멕시코(5-3승)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기쁨은 거기서 멈췄다.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12-0이란 믿기 어려운 스코어차로 대패, 치욕을 당했다.

16년 후 다시 밟은 동경올림픽에서 또 다시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3연패(표 참조)로 탈락했다.

88년 서울올림픽에선 개최국 자격으로 24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다. 한국은 조 예선에서 88올림픽 우승팀 소련과 대등한 경기를 선보이며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

하지만, 소련과 무승부로 8강 진출의 희망에 들떠있던 대표팀은 약체로 평가되던 미국과 비기고 강호 아르헨티나에 2-1로 지면서 또다시 1승의 꿈을 뒤로 미뤄야만 했다.

23세 이하로 나이제한을 한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선 모로코, 파라과이, 스웨덴과 모두 비기며 선전했지만 역시 예선 탈락했다.

절치부심한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아쉬운 경기였다. 48년 만에 가나를 1-0으로 이기면서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8강의 꿈이 눈앞으로 다가온 듯 했다.

두 번째 멕시코와 0-0으로 비기면서 8강 진출의 꿈은 점점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은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인 이탈리아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표팀은 이탈리아를 맞아 선전했지만 마지막 10분을 버티지 못하고 1-2로 패배, 8강 진출의 꿈이 날아가버렸다. 승점에서 가나와 동률을 이뤘지만 득점에서 뒤져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홍명보, 이천수, 고종수 등 역대 최강의 선수들로 구성된 이번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은 유럽의 강호 스페인, 남미의 개인기를 앞세운 칠레, 아프리카의 복병 모로코를 상대로 다시 한번 8강 진출에 도전한다.

더군다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2002년 월드컵의 핵심멤버가 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대회다.

`88년 2무1패(승점2), 92년 3무(승점3), 96년 1승1무1패(승점4)' 2000년은…다행히 대표팀은 88년부터 올림픽 무대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한 한국이 예선 정 경기를 벌이는 호주의 애들레이드는 올 1월 호주 4개국 친선 경기에서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던 바로 그 곳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유리한 조건과 상황에서 올림픽 8강에 도전하는 대표팀이 역동의 도전사를 마감하고 새 천년 새로운 역사를 쓸 지 자못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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