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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득녀...근데 왜 병원 한 층 통째로 전세 냈을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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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호 18면

가수 비욘세와 래퍼 제이지 커플(사진)의 아기가 얼마 전 태어났다. 두 사람 모두 유명한 뮤지션인지라 과연 이들 사이에서 얼마나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가 나올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다. 2011년 8월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시상식장에서 비욘세가 공연을 마친 뒤 불룩해진 배를 쓰다듬는 깜짝 퍼포먼스를 하면서 이들의 임신 소식이 세상에 알려졌다.

김수경의 시시콜콜 미국 문화 : 비욘세 ‘대리모 출산’ 논란

그 뒤로 이들 부부는 임신이 가짜라는 소문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10월 호주의 한 토크쇼에 출연한 비욘세의 배 모양이 이상했기 때문. 당시 임신 7개월이어서 만삭에 가까웠던 비욘세가 의자에 앉는 순간 불룩했던 배 모양이 힘없이 쭈그러졌고 이는 고스란히 카메라에 포착됐다.

소문이 점점 커지자 비욘세는 12월 ABC 방송의 한 유명 시사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지나친 관심을 받는 것을 원치 않아 언급을 피한 것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리고 올 1월 초 출산을 위해 거금을 들여 병원 한 층을 통째로 전세 냈고 건강한 딸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아이는 대리모를 통해 출산했으며 비욘세는 아이가 태어나는 현장을 보지도 않았다는 병원 직원의 증언이 나오면서 그간의 의혹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비욘세는 여전히 자신이 직접 아이를 낳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간의 의혹과 정황이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병원을 전세 낸 것도 이 같은 사실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을 수도 있으니 굳이 숨겨야 할 이유도, 밝혀야 할 이유도 없다. 할리우드 스타 중에는 대리모로 아이를 출산한 경우가 적지 않다. 세라 제시카 파커나 니콜 키드먼도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았다. 주로 난임으로 고생하거나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동성애자 커플의 경우 대리모를 이용하곤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기는 게 싫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심리학자인 스튜어트 피시호프는 “한참 잘나갈 때 활동을 중단해야 하거나 임신으로 불어난 살을 빼는 것이 싫어 연예인들이 입양이나 대리모에서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고 주장한다.만약 비욘세-제이지 커플이 단순히 그런 이기적인 이유에서 대리모를 이용했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것 같기도 하지만, 최근 제이지의 한 가지 결심을 보면서 이런 생각은 이내 사그라졌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만드는 모든 랩 가사에 여성을 비하하는 욕(bitch)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힙합 음악의 랩은 욕설이 많다. 욕설은 단지 비속어가 아니라 힙합 음악을 지배하는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남성 래퍼들의 경우 ‘비치’라는 단어는 거의 상용어 수준이다. 그러나 제이지는 “그동안은 별 생각 없이 ‘비치’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제이지의 이 같은 발언은 어찌 보면 매우 가슴 뭉클한 다짐이다. 아이를 낳아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는 식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다만 아이를 낳으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것만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욕설 가득한 랩으로 세상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던 한 래퍼에게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김수경씨는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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