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영화' 웃음의 핵탄두를 날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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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웬 엉뚱한 영화?〈무서운 영화〉는 제목만 듣고는 착각하기 쉽다. 한편의 공포영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니까. 하지만 정체를 알고 보면 포복절도할 코미디다.

〈무서운 영화〉는 최근 등장했던 일련의 청춘 공포영화, 즉 〈스크림〉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일을 알고 있다〉등을 자기복제한 패러디물이다. 미국에선〈미션 임파서블2〉등 블록버스터와 경쟁하면서 박스오피스에서 정상을 차지해 저예산 영화치곤 선전했다.

영화 줄거리는〈스크림〉등을 본 사람이라면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다. 유치하다. 여고생 버피에게 한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예의 질문, "공포영화를 좋아하니?"라는 물음과 함께. 속옷 차림으로 도망치던 그녀는 달려오는 자동차에 어이없이 목숨을 잃는다.

갑자기 영화는〈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일을 알고 있다〉로 훌쩍 건너뛴다. 신디는 버피의 죽음에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음을 감지하고 1년전 일을 떠올린다. 신디와 바비 등은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다 한 남자를 친 일이 있었던 것. 1년 전의 사고 때문에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라 믿은 신디는 불안에 몸을 떨고, 경찰과 기자들이 학교로 몰려와 일대 소동을 빚는다.

영화감독은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 말이 감독이지〈무서운 영화〉는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를 포함한 웨이언스 삼형제가 공동으로 만든 영화라 할 수 있다. 숀과 말론, 그리고 키넌이 공동으로 각본을 썼고 직접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는 영화를 만들기 전에 TV 토크쇼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약했다.

웨이언스 삼형제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여러 영화를 마구잡이로 짜깁기하고 있다. 〈매트릭스〉에서 〈식스 센스〉,〈스크림〉시리즈, 그리고〈블레어 윗??〈아메리칸 파이〉 등등 제목을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지경이다. 캐릭터들 이름도 희한하다. 드류, 버피, 게일 등 다른 영화의 캐릭터 이름이나 출연 배우 이름을 그대로 빌어온 것이다. 이 정도면 유희가 아니라 가히 '엽기' 수준으로 분류함 직하다.

사실〈무서운 영화〉에 대한 설명은 장면들 몇 개로 충분할 것 같다. 하나. 학교로 몰려든 기자들 중엔 흑인 방송국 리포터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죽은건 백인이다. 가자!"라고 외치더니 횡하고 사라진다. 둘. 살인마와 대적하던 여학생 신디는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슬로우 모션으로 발차기 동작을 한다. 살인마는 허리를 뒤로 꺾으면서 공격을 피한다. 물론〈매트릭스〉을 베낀 것이다. 셋. 극장에서 혼자 시끄럽게 떠드는 흑인 여학생이 있다. 감상하는 영화는〈셰익스피어 인 러브〉. 영화 줄거리까지 줄줄 읊으면서 시끄럽게 구는데 옆에서 칼을 든 살인마가 접근한다. 결과는? 참다 못한 관객들이 하나씩 일어나 살인마의 식칼을 뺏더니 번갈아가며 학생을 찌른다. 〈스크림2〉의 살인장면을 바꾼 것이다.

〈무서운 영화〉는 꽤 흥미롭다. 전체적인 구성은〈스크림〉, 그리고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일을 알고있다〉를 뒤섞으면서 그대로 옮긴다. 그런데 별로 어색하지 않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청춘 공포물을 코미디로 변형해도 여전히 재미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장르를 역으로 뒤집어도 재미있을 만큼 할리우드 공포물엔 나름의 '정석'이 있는 셈이다.

웨이언스 삼형제는 〈무서운 영화〉로 ZAZ사단 뒤를 이어, 다른 영화를 패러디하는 기법이 '웃음의 핵탄두'를 날려보낼 수 있는 저력이 있음을 증명한다. "너무 재미있어서 영화를 보다가 노트하는 걸 잊었다"는 해외평론가의 고백이 그저 우스갯소리는 아닌 듯 싶다.

Joins 엔터테인먼트 섹션 참조 (http://enzon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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