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족보, 인터넷 종친회 검색하면 쉽게 찾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빠, 우리 집안의 시조(始祖) 는 누구이고 저는 몇대 자손(子孫) 이예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강대호(姜大浩.42) 씨는 얼마전 중학교 1학년인 큰 아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난감해졌다.

족보(族譜) 는 2년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6.25때 월남하면서 잃어버렸고, 자신이 아는 것이라곤 진주강씨 박사공파라는 것 뿐.

적당히 얼버무릴 수도 없는 질문인지라 사실대로 아이에게 이야기하고 함께 가족의 뿌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강씨는 우선 컴퓨터를 켜고 평상시 즐겨 이용하는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들어가 ''족보'' 란 단어를 입력했다.

예상보다 쉽게 진주강씨 대종회 사이트를 찾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생전에 보지도 못한 할아버지의 이름만으로 족보를 찾는다는 건 ''모래알에서 진주찾기'' 나 마찬가지.

대종회 사이트 관리자와 몇차례 e메일 교환과 전화통화를 거쳐 간신히 돌아가신 아버지가 족보에 올라있음을 확인하고 자신과 아이들도 족보에 올릴 수 있었다. 또 자신은 강이식(姜以式) 시조의 25세손, 아들은 26세손인 것도 알아냈다.

가문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족보 역사는 고려말엽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오늘날 전해지는 것은 없다.

최초로 발간된 족보는 1423년 간행된 ''문화유씨 영락족보'' 이지만 서문만 남아있을 뿐이다.

1476년 제작돼 현재 규장각에 보관돼 있는 ''안동권씨 성화보'' 가 제대로 체계를 갖춘 최고(最古) 족보로 인정받고 있는데 무려 1천여년의 가계를 담고 있다.

진주강씨 대종회 강대희(52) 총무이사는 "예전에는 여자는 족보에 올리지 않았으나 요즘은 거의 모든 문중에서 여자도 족보에 올리는 등 남녀차별적인 요소를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족보는 대동보(大同譜) .파보(派譜) .세보(世譜) .가승(家乘) 등이 있다.

대동보는 한 성씨의 시조로부터 분파된 혈족까지 한데 모아 집대성한 것으로 파보나 세보가 합쳐진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가승은 시조로부터 본인에 이르기까지 직계존속만을 수록한 가첩으로 일반적으로 고조부이하는 전부 수록해 재종.삼종 형제자매까지 알아볼 수 있다.

족보를 보려면 여러가지 이해해야 할 생소한 단어들이 많다.

본관(本貫) 은 동족여부를 가리기 위해 따지게 된 것으로 대부분 시조나 중시조의 출신지 또는 정착해 살던 곳을 붙였다.

중시조는 시조 이후에 한동안 쇠퇴했던 가문을 일으켰거나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조상을 칭하는데 중시조에서 파(派) 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세(世) 는 시조를 1세로 해 아래 후손으로 내려가면서 숫자가 커진다. 대(代) 는 자신을 빼고 아버지를 1대로 해 조상으로 올라가면서 계산하므로 할아버지는 2대가 된다.

항렬(行列) 은 같은 혈족안에 세계(世系) 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항렬자는 이름자 중에 한글자를 공통으로 사용해 같은 세대를 나타내는 돌림자이다.

항렬자는 금(金) .수(水) .목(木) .화(火) .토(土) 변의 한자를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오행상생법을 쓰는 문중이 가장 많다. 십간(十干) 이나 십이지(十二支) 의 순으로 항렬자를 쓰는 문중도 있다.

또 족보에는 한 사람에게 여러가지 이름이 적혀있는 경우가 있는데 아명(兒名) 은 어린아이 때 집에서 부르던 이름이고, 자(字) 는 20세에 관례(冠禮) 를 치를 때 식을 주관하는 분이 지어준 이름이다. 항렬자에 맞춰 지은 이름은 항명이라고 한다.

살아계신 윗어른의 이름은 함자(銜字) 라고 하지만 돌아가신 분은 휘자(諱字) 라고 칭한다.

족보를 찾으려면 최소한 성씨의 본관과 파는 알아야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아버지의 항명을 알지 못하거나 할아버지.아버지가 족보에 올라있지 않으면 족보에 자신과 아이들을 등재할 수 없다.

대동보에 올리려면 문중마다 20~30년에 한번씩 보완작업을 하므로 그 때를 기다려야 한다. 따로 가승을 원할 경우엔 대종회나 종친회에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문중이 인터넷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어 인터넷을 이용하면 대종회나 종친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