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에 긴장하는 대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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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화에서 석궁 테러 교수 역을 맡은 안성기.

김명호(55) 전 성균관대 교수의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이 18일 개봉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광주 인화학원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도가니’ 개봉 후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거셌던 터라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법원 공보관실은 이달 초 석궁 테러 사건의 쟁점 사항들을 정리한 해명 자료를 각 법원 공보관에게 배포했다. 영화가 김 전 교수 측 입장에서 재구성돼 관객들을 호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러진 화살’이라는 제목 자체가 ‘증거가 조작됐다’는 김 전 교수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관객들이 영화만으로 실제 사건을 잘못 판단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트위터와 블로그 등 인터넷에서는 사건을 맡았던 판사들과 법원에 대한 시비가 불붙고 있다.

네티즌은 “사법부의 엉터리 판결” “제 식구 감싸기의 전형”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전 교수의 교수지위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이정렬(43) 창원지법 부장판사도 구설에 올랐다.

인터넷에서의 정치적 발언으로 진보 성향 네티즌 사이에서 ‘개념 판사’로 불렸던 이 부장판사가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가카(각하)의 빅엿’ 발언으로 역시 논란을 빚었던 서기호(42)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트위터를 통해 “한쪽 주장만을 100% 진실로 받아들여 사법부 전체를 비난하는 것은 반대”라며 “이 판사는 (석궁 테러를 다룬) 형사 사건과 무관하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 영화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되면서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쌓여야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석궁 테러 사건=성균관대 김명호(사진) 전 교수가 2007년 1월 교수지위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3일 후 재판장이었던 박홍우 당시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건. 김 전 교수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4년형이 확정돼 지난해 1월 만기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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