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임한결] 중국의 인구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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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게 있어 인구의 규모 조절과 균형 회복에 대한 탐구란 결코 오랜 학술적 역사를 지닌 분야가 아니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근대에 이르기까지 정책을 통한 인구의 조절이라는 분야는 중국 당국자들에게 생소한 것이었고 따라서 당국자들은 그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 역시 크게 절감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적극 시행과 전면 중지 사이를 번갈아 오가던 산아 제한 정책이 완전히 터를 잡은 것은 1962년 관련 지시가 반포되면서부터이다. 그 이후 중국은 산아 제한 정책에 수정을 가할 어떠한 이유도 찾지 못했고, 마오쩌둥 집권 이후 무섭게 치솟던 출산율이 대폭 하강하면서 중국의 인구 문제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인구학계에 산아 제한 정책의 개정 내지는 폐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산아 제한 정책이 인구의 절대 규모 증가는 성공적으로 막아낸 반면 출산율을 떨어뜨림으로써 급격한 인구 노령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개도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 사회에 진입하였으며 이러한 추세는 점점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인구 노령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산아 제한의 철폐가 주장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로서는 인구의 절대 규모에 대한 통제의 끈도 쉽사리 놓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일반적으로 다른 요소가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할 시 1 단위의 노동력 투입에서 얻어질 수 있는 수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즉, 한계수익의 체감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국가경제에 그대로 적용해 본다면 역시 마찬가지의 현상이 일어날 것은 자명하며, 심지어는 늘어나는 인구의 관리와 통제에 들어가는 비용이 이들이 창출하는 수익보다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미 세계 인구의 1/5을 떠맡고 있는 만큼 중국 정부로서는 더 이상의 인구 증가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발전을 생각해 봤을 때 노령화 속도가 가속화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이런 딜레마를 탈출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일부 학자들은 이에 대해 일종의 절충안을 내놓고 있다. 인민대학의 지바오청 교장은 산아 제한을 완전 폐지하기보다는 제한을 2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으며, 또 다른 일부 학자들은 인구 정책을 처벌지향적 방식에서 장려지향적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말인즉슨 이제까지 행해져 오던 1명 이상의 자녀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1자녀를 둔 가정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즉 1자녀 이상을 둔 가정은 더 이상 그에 따른 불이익을 볼 필요가 없어지며, 굳이 보조비를 원할 경우에만 1자녀를 두도록 유도하자는 것이 그 목표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 더해 혹자는 시범적으로 일부 저출산 지역에서만 산아 제한을 점진적으로 완화하자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절충안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당분간은 현재까지의 기조를 유지할 모양이다. 작년 말 국가계획생육위원회장 리빈은 인터뷰를 통해 기존의 1자녀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정부 당국은 시범구 설치 주장을 받아들여 일부 지역에 산아제한 완화를 시범 실시할 계획이긴 하지만 그 개수는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산아 제한 개정을 요구하는 학자들은 “인구 정책이란 주기가 길고 관성이 큰 것인데, 지금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그 관성이 오랫동안 남아 추후에는 노령화 추세를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위와 같이 학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이 인구 정책에 있어 당분간 기존 방향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유는 어쩌면 차기 정권인 시진핑이 정식으로 집권하기 전 대변화를 가급적 피하고자 하는 정부 당국의 노력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단 차기 주석이 집권하고 나면 정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질 것이고, 정권 교체 시기의 정국 안정을 위하여 잠시 보류해 두었던 현안들이 다시금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인구 정책은 의심의 여지 없이 차기 집권자의 책상 위에 가장 먼저 올려질 현안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12차 5개년 규획이 강조하고 있는 내수 성장을 위해서는 실제 노동 인구의 증가와 실소비층의 증가가 불가피하다. 국민의 전반적인 소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실제로 노동을 하여 소득을 벌 수 있는 청장년층의 확대가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이를 위해서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출산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인구 정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를 또 하나 추가하자면 수많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인구 정책이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은 부분적으로 인구 정책이 이미 당의 이론화와 장기간의 실천을 거쳐 일종의 성역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청말민초 당시 공산당의 이론가들은 중국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너무 많은 인구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학자들을 비판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따라 산아 제한 정책은 부분적으로 자기 부정의 혐의를 피할 수 없으나, 이후 중국의 인구학자들은 “인류 본연의 생산은 자연적 생산에 상응해야 하며 이가 일치하지 못한다면 두 방면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라는 마르크스의 논지를 인용하여 산아 제한 정책이 바로 이러한 생산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일임을 역설하고 산아 제한 정책에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합리성을 부여했다. 작금의 정부 당국이 인구 정책에 대한 논의를 불편해 하는 것은, 따라서 현실적인 이유 외에도 이러한 상황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산아 제한 정책에 이론적 정당성을 부여해 왔기 때문에 이를 부정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이제까지 부여해 온 마르크스주의적 합당성을 부정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도 저출산 문제가 점점 대두화되고 있으며, 대다수의 OECD 가입국이 낮은출산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동병상련이라고, 같은 처지에 놓인 한중일 3국은 서로의 경험을 타산지석 삼고 좋은 정책은 상호학습하며 타개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이론적으로 어려운 일이든, 실현 자체가 어려운 일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끝없이 하락중인 인구 증가율이 다른 어떤 으리으리한 거시 문제보다 더 강력하게 발목을 잡기 전에, 인구 문제에 대한 보다 진지한 인식과 심사숙고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임한결 북경대 광화관리학원 (=sinopedia.p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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