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유가…국내경제는]

중앙일보

입력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국내 경제에도 타격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도입 가격은 선물시장에서 이미 확보해둔 물량 덕분에 아직 배럴당 30달러선(지난달 예상치 28.70달러)을 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이 정도만 해도 1998~99년 평균 도입 가격(98년 12.20달러, 99년 16.13달러)의 두배 수준이다.

9월분부터는 30달러선을 넘어 연말에는 현물시장 가격에 거의 근접할 것이라는 게 정유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석유공사의 분석으로는 유가가 1달러 오르면 휘발유값에 0.91%의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등 전체 소비자 물가를 0.1% 끌어올리게 된다.

지난달 도입 가격을 지난해 평균 도입 가격과 비교할 경우 배럴당 12.57달러 올랐으니 이미 1.26%의 물가 인상 요인이 발생한 셈이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생산자 물가도 0.3% 오르게 된다. 생산자 물가는 원가 상승을 유발하며, 기업이 자체 흡수한다 하더라도 채산성 감소로 이어진다.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칫 원가.제품값 인상→구매.수요.수출 감소→생산.가동률 감소→경기 둔화와 같은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계 금융기관인 메릴린치는 최근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인상될 경우 한국은 연간 8억6천만달러의 무역수지 감소가 예상'돼 경쟁상대인 대만.중국 등과 비교해 볼 때 유가 인상에 따른 타격이 가장 심할 것이라'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업종별로는 역시 정유업체들의 타격이 큰 편이다. 9월 초 휘발유 가격 조정 때 물가부담을 우려하는 정부의 요청으로 인상 요인(ℓ당 60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실제 인상폭이 ℓ당 30원에 그쳤다.

정유업계는 "가격을 추가 인상해주든지 손실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해주든지 결정해달라" 고 요구하고 있다.

그 다음이 석유화학.운송업체들로,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25% 상승할 경우 석유화학은 2.74%포인트, 운수업은 2.29%포인트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직접적 영향은 없어도 에너지 비용이 전체 원가의 10~15%에 이르는 제지.시멘트 등 대규모 장치산업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고유가 현상은 정부가 최근 내놓은 에너지가격구조 개편 정책과 세제 개편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액화석유가스(LPG)등의 가격을 휘발유 가격에 대비해 정하기로 함에 따라 추가 인상(휘발유 가격이 20% 오를 경우 LPG는 10% 수준 인상)이 불가피하다.

4일 발표된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서도 에너지세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원유가 인상이 지속될 경우 유종별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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