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으로 돌아온 ‘극장의 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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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안호상 신임 국립극장장은 전문 기획자 1세대로 분류된다. 그는 “국립극장을 한국 전통 문화의 생산 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극장의 달인’이 극장으로 돌아왔다.

 안호상(53) 신임 국립극장장 얘기다. 그는 1984년 서울 예술의전당 공채 1기에 뽑히며 공연계와 연을 맺었다. 23년간 근무하며 히트 공연물을 잇따라 빚어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말러 교향곡 시리즈, 조용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 토월 정통 연극시리즈 등을 기획, ‘예술의전당 르네상스’를 주도했다. 안호상의 출현과 함께 공연 기획의 전문가 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2007년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발탁된 이후 5년 만에 공연장으로 컴백한 그를 16일 만났다.

토월 정통 연극시리즈 중 ‘보이체크’(2003).

 - 왜 국립극장인가.

 “광복 이후 60여 년간 대한민국 예술은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서 모두 서양 예술이 주류였다. 그 틀거리에서 아티스트가 키워졌고, 클래식·발레 분야의 해외 콩쿠르 입상이나 K-POP 붐 등을 양산해냈다. 우린 서양 예술을 적극 수용해 세계 수준에 뒤지지 않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들은 그 안에 담겨 있는 ‘한국적 색채’를 포착해 냈을 것이다. 결국 한류의 연속성은 ‘한국적인 것’을 얼마나 강화하느냐에 달려 있고, 이를 위해선 전통의 생산 기지인 국립극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일을 하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

 - 서울문화재단 대표 임기가 1년 남아 있는데 .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임명돼 연임까지 했다. 이제 박원순 시장으로 바뀌었다. 조금의 압력도 없었다. 다만 큰 틀에서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부담을 덜어드려야 하지 않나 싶어 스스로 물러났다.”

 -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하 문화 단체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긴가.

 “서울시향이나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순수 예술기관이라면 권력의 변화와 상관없이 기관장이 유지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의 문화 정책을 실질적으로 입안하고 실행하는 기관이다. 시장의 문화관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

 - 국립무용단·국립창극단·국립국악관현악단의 예술적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작품별 오디션은 대세다. 단지 외부의 누군가를 끌어들이기 위함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내부의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위적인 도태는 없다. 단원 개개인의 기량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그 기량을 펼칠 무대가 적었을 뿐이다. ”

 - 국립극장의 방향성이라면.

 “제작 극장이다. 산하 단체는 물론 국립극단·발레단·오페라단·현대무용단 등 ‘국립’이란 타이틀을 가진 단체를 모두 포용하고 싶다. 이들 단체와 손잡고 직접 공연을 만들겠다. 지방이든 해외든 서울을 방문한 이들에게 ‘국립극장에선 1년 내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연을 해. 근데 표 구하기 진짜 힘들어’란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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