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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 지옥서 돌아오다 … 10회 우승 ‘다카르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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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피터한셀

‘다카르의 사나이’가 ‘죽음의 랠리’로 불리는 다카르랠리 열 번째 우승의 새 역사를 썼다.

 스테판 피터한셀(47·프랑스)이 16일(한국시간) 끝난 다카르랠리 자동차 부문에서 우승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발해 아타카마 사막을 거쳐 페루 리마까지 약 8400㎞를 38시간54분46초에 주파했다. 2위 나니 로마(스페인)보다 41분56초나 앞섰다. 피터한셀은 “누구나 다카르랠리에서 우승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 믿을 수 없는 일을 열 번이나 이뤄냈다”며 “항상 첫 우승을 특별하게 생각해 왔으나 이번 우승도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기뻐했다.

 피터한셀은 1991년 오토바이로 다카르랠리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오토바이 부문에서 여섯 차례(91·92·93·95·97·98년) 정상에 올랐다. 이후 체력과 안전을 이유로 99년부터 오토바이에서 자동차로 부문을 바꿨고, 자동차로도 네 차례(2004·2005·2007·2012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오토바이와 자동차 모두로 다카르랠리 정상에 오른 그에게 ‘다카르의 사나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피터한셀은 남미 코스에서의 첫 우승이라서 더욱 감격했다. 다카르랠리는 원래 프랑스 파리에서 사하라 사막을 거쳐 세네갈 다카르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조금씩 코스를 변경하다 2009년 코스를 통째로 남미로 옮겼다. 아프리카 테러 단체의 위협 등 참가 선수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 대륙을 바꾼 것이다. 이전까지 열아홉 번 다카르랠리에 참가하며 코스 공략의 노하우가 축적된 피터한셀의 이점이 사라졌다.

 장기 레이스이자 사막을 지나가는 다카르랠리의 특성상 코스에 대한 경험이 중요하다. 96년 한국인 최초로 다카르랠리를 완주한 김한봉(47) 펠롭스 레이싱팀 단장은 “베테랑들은 모래 색깔만 보고도 경도(모래의 딱딱한 정도)를 예측해 직접 공략할지 우회할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한다. 경험이 없으면 코스에서 이탈하거나 모래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잦다. 첫 참가선수는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피터한셀은 남미 코스 경험이 쌓이자 다시 정상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오랜 시간 우승을 기다렸다. 5년 만에 다시 우승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우승할지 나도 모르겠으나 다른 사람이 내 기록을 깨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오토바이 부문에서는 시릴 데스프레스(37·프랑스)가 43시간28분11초로 우승했다. 개인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허진우 기자

◆다카르랠리(Dakar Rally)=1979년에 시작된, 프랑스 파리∼세네갈 다카르를 잇는 자동차 경주다. 2008년 대회가 아프리카의 전쟁과 테러 위협으로 취소된 뒤 2009년부터 남미의 아타카마사막을 거치는 코스로 변경됐다. 오토바이·사륜오토바이·자동차·트럭 등 네 개 부문에서 경쟁한다. 자주 사망자가 나와 ‘죽음의 랠리’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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