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식 수놓을 `서사시' 베일 벗다

중앙일보

입력

15일 오후 7시10분(한국시간 오후 5시10분) 11만8천 관중이 자리잡은 시드니 올림픽파크의 주경기장인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5대륙을 그린 세계 최대 크기의 그림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한 어린 소녀가코에 야광크림을 뿌리고 쪽빛 남태평양에 대한 아름다운 꿈에 접어든다.

소녀가 맑고 푸른 바다 속 해파리, 가오리와 뛰노는 사이 원주민 무용수인 `댜카푸라'들이 다가와 `유칼립투스' 나무에 불을 붙인다. 그들은 주술로써 원주민 부족들간 단결을 상징하는 거대한 신령 `완지나'를 불러내고, 신과 인간이 환한 불꽃속에서 한바탕 춤을 추며 광활한 호주대륙의 풍요를 노래한다.

`호주의 대자연을, 평화를 향한 인간의 몸짓으로 표현하는 대서사시'. 오후 7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펼쳐질 뉴 밀레니엄 첫 올림픽의 문을 열 개막식은 호주의 자연환경을 그려내면서 인류평화를 기원하는 역사적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드니올림픽조직위원회(SOCOG)가 철저한 보안 속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개회식 행사가 개막을 11일 앞둔 4일 마침내 그 웅장하고도 화려한 모습 일부를 드러냈다.

3시간2분동안 지구촌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개막식 시나리오에 담긴 `철학'은 즐겁게 지내라는 뜻의 인사말인 `굿다이(Good day의 호주식 발음)'.

개막식은 저녁 7시 세대간 화합을 상징하는 15세부터 77세까지의 늠름한 기마대가 스타디움에 입성, 5개 대륙을 나타내는 올림픽마크를 그려낸 뒤 일제히 모자를 관중석에 던지고 `굿 다이'를 외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윌리엄 딘 호주총독과 함께 입장하고 곧 호주 국가가 울려퍼지면서 영국 국기 유니온잭과 남십자성이 그려진 호주국기가 별이 빛나는 푸른 밤에 높이 올려진다.

이어 하이라이트인 식전행사가 7시10분부터 1시간동안 펼쳐진다. 해저의 꿈- 개벽- 불꽃- 자연- 금속- 도착- 영원 등 7가지 테마 순으로 구성된 식전행사는 원주민시대부터 영국인들의 이주를 계기로 호주가 눈을 뜬 근대를 거쳐 현재까지 호주의 역사를 자연을 배경으로 그려낸다.

이중 마지막 테마 `영원'은 2천명의 무용수들이 하버브리지와 함께 시드니의 또 하나의 명물인 안작(Anzac) 다리를 만들며 호주로의 이민 물결을 표현하는 장면으로 호주의 대외개방 의지를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식전행사의 감동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무렵, 그리스를 시작으로 각국 선수단이 스타디움에 들어오며 마지막 호주선수단의 입장 때엔 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판험이 `꿈'을 노래한다.

선수단 입장이 마무리될 즈음인 9시38분 윌리엄 총독이 시드니올림픽 개막을 선언하는 것과 동시에 군중을 통해 건네진 올림픽기가 올림픽찬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게양돼 개막 분위기는 절정을 이루게 된다.

이어 9시58분 선수와 심판이 페어플레이와 공정한 판정을 다짐하는 `올림픽 선서'를 하고 10시2분 아직 베일에 가려진 점화자가 스타디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불을 붙여 시드니를 환하게 비추게 된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