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리는 코알라 털 … 할리우드 애니 뺨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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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웅으로 거듭나는 ‘왕따’ 코알라 쟈니를 만들어낸 이경호 감독.

3D 애니메이션 ‘코알라 키드: 영웅의 탄생’(12일 개봉)은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다.

 일단 영화는 흰 털을 갖고 태어난 변종 코알라 쟈니의 영웅담을 다룬다. 왕따 취급을 받다가 서커스단에 들어간 쟈니가 숲속 동물들을 악당 악어로부터 구해낸다는 줄거리다. 천덕꾸러기가 영웅으로 거듭나는 스토리와 호주라는 배경, 코알라의 털 한 올까지 되살려낸 기술력, 국내 성우의 목소리 더빙 등을 보면 할리우드 작품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국내 제작사 ‘디지아트 프로덕션’이 해외시장을 겨냥해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짜임새가 탄탄해 벌써 15개 국에 200만 달러(약 23억원) 넘게 받고 팔렸다.

북미시장 진출도 협상 중이다. ‘고사’(枯死) 직전의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즐거운 소식이다. 서커스단 상자더미를 비추는 장면에서 ‘DO YOU KNOW?’라는 문구가 쓰인 독도 광고도 잠시 노출된다. 지난해 가수 김장훈이 뉴욕타임스에 낸 광고를 옮겨놓았다. 이경호 감독(43)을 13일 만났다.

주인공 코알라 쟈니(사진)는 기발한 재치와 용기로 여러 번의 위기상황을 극복한다.

 -굳이 독도 광고를 넣은 이유는.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할까 봐 눈에 안 띄게 했는데 본 관객들이 많더라. 외국인에게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쟈니(음성연기 샤이니의 태민)가 태권도를 하는 장면도 있다.

 “시나리오 작업에 미국 작가가 참가했는데 일본의 가라데를 넣었더라. 한국 감독으로서 태권도로 바꿨다.”

 -쟈니가 왕따로 고민하는 대목에선 학교폭력이 떠올랐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비(非)주류의 문제는 있지 않나.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털이 바람에 날리고 물방울이 튀는 장면은 할리우드 수준 못지 않더라.

 “할리우드에는 털만 작업하는 애니메이터가 있을 정도다. 세분화가 잘돼 있다. 우리는 애니메이터들이 붓으로 일일이 다 그렸다. 제작비(70억원)만 해도 할리우드에 훨씬 못 미친다. 20분의 1 정도다. 노하우와 열정으로 커버할 수밖에 없었다.”

 -쟈니와 상대역 미란다(소녀시대의 써니)가 추억을 만드는 야광식물 숲은 영화 ‘아바타’를 떠올리게 한다.

 “둘이 친해지는 아름다운 공간이 필요했다. ‘아바타’에 대한 오마주로 봐달라.”

 -성인층까지 끌어들이는 힘이 달리는 것 같다.

 “해외 관객을 의식해 눈물짓게 하는 신파적 요소를 절제했는데 한국 성인 관객들이 아쉬워하는 것 같다.”

 -쟈니보다 미란다가 더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큰 일인데. (웃음) 사실 내가 만든 미란다 캐릭터에 나도 빠져들었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눈동자도 살아있다. 목소리를 연기한 써니와 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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