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양손에 떡을 든 박영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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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제13보(175~182)=이미 수가 났다고는 하지만 백△는 그래도 가장 까다로운 응수다. 이것으로 흑도 아주 잘 두지 않으면 10년 공부가 물거품이 되고 만다(‘참고도 1’ 백1로 막는 수는 흑2로 늘어 안 된다는 것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한데 마지막으로 백3의 호구는 어떨까. 역시 흑4가 선수여서 백은 최악의 상황에 몰린다).

 백△를 본 박영훈 9단은 175로 늘어 응수를 본다. 175는 선수. 176으로 받지 않으면 흑A의 맥점으로 바로 수가 난다. 그 다음 177로 시원하게 씌웠는데 이 수가 마지막 클린 히트였다. 178, 180으로 포위망이 뚫리긴 했지만 백도 자충의 모습이 돼 수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이 부근 싸움에서 박영훈 9단이 보여 준 타개 솜씨는 참으로 근사해 끝없는 찬사를 자아냈다).

 181로 끊자 궈원차오는 182로 몬다. A로 잡겠다는 의지다. 여기서부터는 흑의 무대다. B로 연결해도 이미 수가 난 모습. 그러나 ‘참고도 2’처럼 즉결처분으로 5점을 잡는 수도 있다. 새하얀 백진에 처음 필마단기로 뛰어들 때는 도무지 생사가 아득했는데 이젠 양손에 떡을 들고 어느 쪽을 먹을까 망설이는 형국이 됐다. 궈원차오는 울고 싶은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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