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이형택, 세계 정상급 선수로 도약

중앙일보

입력

`코리안 키드' 이형택(24)이 새천년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정상급 선수로 도약했다.

US오픈 본선에 오르며 파란을 예고했던 이형택은 대회 16강에 올라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실력자가 됐다.

테니스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세계 랭킹 182위의 이형택이 쟁쟁한 선수들을 꺾고 메이저대회 16강에 올랐다는 사실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남자 테니스판은 세계적인 톱 랭커들을 키워낸 닉 볼리티에르조차 `정글'로 비유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전 세계 2천여명의 프로 선수중 100위안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로 비유된다.

또 100위권안에서는 안드레 아가시와 피트 샘프라스(이상 미국) 등 톱 클라스 선수들도 하위 랭커들에게 1,2회전에서 나가 떨어지는 살벌한 경쟁이 펼쳐진다.

이런 정글속에서 이형택은 세계랭킹 76위 제프 타랑고(미국), 11위 프랑코 스쿠라리(아르헨티나), 67위 라이너 슈틀러(독일)를 연이어 격파했다.

자신보다 100위 이상 앞선 선수들에게 연승하며 16강에 오른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는 보기 힘들고 정상급 실력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남자 동양 선수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입, 아시아 최고의 반열에 올랐고 세계 무대에서도 자신의 숨은 진가와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침체된 한국 테니스가 메이저대회 16강 선수를 배출한 것은 한창 붐을 타고 있는 골프에서 박세리, 김미현 등 우승자를 낸 일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대회 출전전까지 205점의 랭킹 포인트를 갖고 있던 이형택은 현재 165점을 확보,잘하면 100∼110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 남자 테니스 선수중 최고 랭킹을 올린 선수는 김봉수(은퇴)로 세계 129위였고 여자는 박성희(삼성증권)가 95년 57위까지 올랐었다.

이 추세라면 지금까지 한국 남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최고 랭커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시즌 남은 기간에 중소규모의 국제 대회에 출전, 상승세를 이어가며 2∼3번 우승한다면 한국 남자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100위권 진입도 노릴 수 있다.

여기에 24세의 젊은 나이를 감안하면 이형택의 더 높은 정상 도약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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