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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김종열, 한국GM 아카몬 퇴진 … 안 풀린 미스터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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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호 03면

중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경제인 오찬에서 완지페이 중국국제무역촉진회장(왼쪽), 손경식 대한상의회장 등과 함께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는 김종열(60) 하나금융지주 사장과 마이크 아카몬(54) 한국GM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배경이 화제였다. 둘 다 ‘미스터리 행보’라 추측성 보도가 많았다.
김 사장의 사표에 담긴 속사정은 뭘까. 그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대의”라고 말했다. 론스타 먹튀 논란과 외환은행 노조, 정치권의 개입으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막판 고비를 맞고 있다. ‘김 사장의 사의 표명은 감독당국의 외환은행 인수 촉구를 위한 읍소’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김 사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되레 김승유(69) 회장과의 갈등설이 더 그럴싸하게 퍼지고 있다. 어떤 게 진실일까. 김 회장과 김 사장의 말이 약간씩 다르고 하나금융 측이 워낙 입단속을 하는 통에 후련한 결론을 내긴 아직 어렵다. 그러나 유추해볼 수는 있다. 하나금융이 지금 안고 있는 두 가지 숙제가 단초다. 하나는 ‘포스트 김승유’를 대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독당국으로부터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얻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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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승유 회장은 사석에서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하고 떠나겠다”는 말을 자주해왔다. 후계자론 김 사장이 유력하게 꼽혔다. 그러나 김 회장이 최근 외부에서 후계자 찾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김 사장과 갈등설도 불거졌다. 그러던 중 김 사장이 김 회장과 상의 없이 돌연 사의를 밝혔다. 누가 봐도 어색한 순간에 터져나온 사의 표명이다. 게다가 사실상 회장추천위원회 성격인 하나금융 경영발전보상위원회가 12일 회의를 열어 경영 승계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외환은행 인수와 ‘포스트 김승유’ 논의가 맞물려 하나금융이 미궁 속으로 빠져든 한 주었던 셈이다.

한국GM의 아카몬 사장 교체 배경도 뚜렷하지 않다. 아카몬 사장은 쉐보레 브랜드를 성공시켜 국내 시장 점유율을 9.5%대로 끌어올렸다는 경영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가족과 떨어져 있는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둔 것이며, 고국인 캐나다에서 다른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GM의 유럽자회사인 오펠을 살리기 위해 한국의 일부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아카몬 사장의 교체는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에는 관심 밖이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경제이슈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방중해 양국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어수선한 정권 말기에 이 대통령은 시기적으로 보나 정치적으로 보나 소득이 없을 게 뻔한 이슈를 왜 꺼냈을까. 한·중 FTA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때 양국 통상장관 회담에서 처음 거론된 이후 7년 만에 협상을 개시하게 됐다. 한·중 FTA는 농산물 수입 문제만 봐도 한·미 FTA보다 더 민감하다. 쌀·고추·마늘이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올 수 있는 협정에 동의한다면 여야 누구도 정치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을 정도다. 양국의 협정 체결로 석유화학(연간 약 48억 달러)·자동차(10억 달러) 분야의 수출 증가 효과가 크다고 아무리 얘기한들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다.

얼마전 이 대통령은 한·중 FTA와 관련한 속내를 털어 놨다.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날 중견 기업인 10여 명을 갑자기 불러놓고 격려한 자리에서다. 그곳에 참석했던 한 재계인사의 전언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한·중 FTA가 되면 국내 농민이 다 죽는 건 아니다. 중국에는 최고급 유기농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부유층도 엄청나게 많다. 역발상으로 한국 농민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상대로 비싸게 쌀·고추·마늘 등을 팔 수도 있다. 그렇게 수출을 늘리고, 농민도 잘 살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설득이 안 되니….”

주말에 발표된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로존 9개국의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은 그 충격보다 우리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더 관심거리다. S&P가 이미 한 달 전부터 경고를 해 시장에서는 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도 CNBC와 인터뷰에서 “유로존 국가의 신용 강등이라는 사실이 중요할까요?”라고 반문하면서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 주식시장은 신용등급 하락 소식에도 1% 미만의 하락세만 보였다.

5개월 전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때는 시장이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한동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는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100조원에 달하는 유럽계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자금의 엑소더스 현상까지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했다. 7개월째 동결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인하를 선택하지 않고 동결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물가 불안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정부의 꼼수’라는 지적을 들으며 물가지수 산정품목까지 바꿨지만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0%였다. 2008년(4.7%) 이후 3년 만에 4%대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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