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중징계 반발에 정부 개선안 마련

중앙일보

입력

기아.대우사태 이후 회계법인들이 잇따라 중징계를 당하면서 회계법인들이 반발하자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다.

국내 현실상 회계법인들이 감사대상 기업의 오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소신껏 감사를 할 수 없다는 업계 주장을 상당부분 반영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한편 대우그룹의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부실 은폐와 회계법인의 방조 행위를 처벌하려는 금융감독원의 징계안에 일부 대우 임직원과 회계사들이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 뒤늦은 제도 개선〓오너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주주총회에서 감사인을 선임케 하고 있는 현행 제도가 감사인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주장에 따라 사외이사와 채권단, 제2.3대 주주로 구성된 감사인 선임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대신 분식회계와 부실감사 책임자에게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고 회계법인들이 손해배상 공동기금을 더 많이 쌓도록 했다.

◇ 대우 부실회계 징계 논란〓대우 임직원들은 "회계장부 조작은 김우중 전 회장이 시켜서 한 일"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밝히기 위해선 金전회장을 조사해야 하는데, 금감원은 金전회장이 외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핑계로 접촉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앞으로 검찰조사 과정에서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계법인들도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징계대상에 오른 산동 등 회계법인들은 당국의 징계수위에 따라 영업정지라도 맞게 되면 간판을 내려야 할 형편이어서 요로에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산동회계법인 관계자는 "의사가 치료를 잘못해 의료사고가 났다고 병원을 문닫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대우그룹 워크아웃 직전인 1998년 감사에서 대우계열사 중 2개사(전자.전자부품)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에 '적정' 의견을 낸 회계법인은 법인 차원의 묵인과 방조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고 지적했다.

1일 징계안 처리를 위해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에서도 이같은 논란 때문에 최종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대우그룹의 부실회계 규모가 23조원에 달해 김우중 전 회장과 핵심간부, 3개 회계법인과 관련 회계사는 사법처리나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