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회계부실문책 왜 진통겪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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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발표된 이후 나라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줬던 대우 계열사 경영진과 회계법인.회계사에 대한 문책수위를 놓고 증권선물위원회가 진통을 겪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중 일부는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위해 부실 경영과 분식회계로 나라를 뒤흔든 대우 경영진들과 회계법인.회계사들을 강력하게 문책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는 대우 워크아웃의 차질없는 진행과 국내 회계 현실을 고려, 징계 수위를 낮춰야한다고 주장, 접점을 찾지못하고 있다.

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열린 증권선물위원회는 이견조율에 실패, 결론을 내지못한채 내주 증선위원 간담회와 증선위원회를 다시 열어 조치 수위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쟁점은 크게 2가지다. ㈜대우의 외부감사인인 산동회계법인에 대한 조치와 전.현 대우 임직원에 대한 문책 내용에 대해 증선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산동회계법인에 대한 조치=증권선물위원회에 앞서 대우 부실 회계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조치안을 결정하기위해 지난달 30일 열린 감리위원회는 산동회계법인에 대해 6개월 이상의 영업정지조치와 관련 회계사 4명의 고발및 등록취소, 분식회계 가담정도가 다소 경미한 10명의 회계사는 1년∼2년의 직무정지를 내리기로 했다.

또 대우자동차와 대우전자의 외부감사인인 안진.안건회계법인은 감리인지정에서 1년간 제외키로 했다.

증선위는 감리위원회의 조치안 가운데 회계사 개인에 대한 문책은 크게 문제삼지않았다.

그러나 10년동안 대우그룹의 자금창구인 ㈜대우 감사인이었던 산동회계법인에 대한 문책수위에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일부 증선위원들은 산동의 회계부실이 결국 대우의 부실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들어 최고의 문책인 설립인가취소가 마땅하다고 주장한 반면 일부는 영업정지조치만해도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데 굳이 인가취소까지 해야할 필요가 있느냐고 맞섰다.

진동수 증권선물위원은 설립인가 취소와 영업정지를 놓고 위원들이 팽팽하게 맞서 결론을 내지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증선위원들은 과거 대우통신 부실감리로 영업정지 3개월을 받았다가 결국 문을 닫은 청운회계법인의 예를 들어 영업정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반면 일부는 부실회계를 근원적으로 뿌리뽑기위해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동에 대해 다소 유연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증선위원들은 회계법인이 기업감사외에도 각종 투자건설팅과 기업 인수.합병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는데 기업감사의 잘못으로 다른 업무까지 박탈된다는 것은 가혹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부실책임 현 대우 경영진에 대한 조치도 이견=회계부실에 책임이 있는 대우 계열사의 임직원에 대한 문책 수위에 대해서도 증선위원들은 갑론을박이다.

무엇보다도 증선위원들은 검찰 고발이나 수사통보 대상자에 포함돼 있는 현 경영진에 대한 조치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동수 위원은 고발이나 수사통보되는 현 경영진에 대해서는 해임권고가 뒤따라야 하나 이들이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금융기관들의 협조로 어렵게 추진되고 있는 해당 계열사의 워크아웃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증선위원들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때문에 증선위 일각에서는 현 경영진의 경우 워크아웃이 끝날때까지 고발이나 수사통보를 늦춰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다른 증선위원들은 대우부실이 국가경제에 미친 파장을 고려, 예외없이 조치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고발이나 수사통보 대상자로 분류된 전.현 임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않다. 지난 30일 열린 감리위원회에 출석, 소명에 응한 전.현 임직원들은 대부분 김우중 회장이 시키거나 당시 재무담당 임직원으로서의 위치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분식회계에 연루됐을뿐 의도적인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임직원들은 자금문제에 관한한 대소사를 김우중 전 회장이 거의 모두 챙겼던 대우 특유의 조직문화를 감안할때 임직원들에 대한 조치는 `정상' 참작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종 결과 어떻게 나올까=증선위원들간에 많은 이견이 있으나 감리위원회의 안이 대체로 관철될 것으로 보인다.

산동회계법인의 경우 설립인가취소보다는 영업정지 6개월이나 12개월 정도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영업정지만으로도 사실상 문을 닫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대해 증선위원들도 견해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조치했을 경우 회계법인을 너무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대우 전.현경영진에 대한 조치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1명을 고발하고 18명을 수사통보한다는 감리위원회의 조치안에 대해 고발자와 수사통보자의 수를 일부 조정할 가능성은 있으나 그 폭은 크지않을 전망이다.

금융부실 등 나라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대우 부실은 당시 경영진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데 이의를 다는 증선위원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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