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벤처활성화방안의 배경 및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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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및 벤처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것은 이 산업이 디지털 경제시대에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주요 성장동력 인데도 계속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위축과 함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닷컴기업 중심으로 벤처위기론 마저 나오고 있어 경제전반의 활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정부 대책은 ▲코스닥시장을 벤처기업 중심으로 활성화시키는 한편 ▲코스닥기업 최대주주의 주식지분 매각 분산, 유무상 증자 억제 등을 통해 물량을 줄이는 한편 ▲유망 벤처에는 펀드를 통한 투자자금 공급으로 자금 숨통을 터주고 ▲벤처기업의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 위기에 빠진 벤처에는 회생, 튼튼한 기업에는 사업확장의 기회를 제공한다는게 핵심 골자다.

이런 조치들이 시장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정부개입에 따른 시장왜곡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급조절, M&A활성화 등 그동안 시장이 원하는 방안을 폭넓게 챙겨 내놨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벤처.인터넷산업 왜 위축됐나

벤처.인터넷 기업의 자금조달 통로인 코스닥시장 위축이 핵심적 요인이다.

코스닥지수는 작년말에 256.14였으나 30일 현재 111.95로 56.3%나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 나스닥은 0.85% 높아지는 등 외국은 우리나라 만큼 심각하지 않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유상증자.기업공개 등으로 주식물량이 크게 늘어났는데 비해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99년이후 코스닥시장 물량공급은 10조7천억원으로 현재 시가총액 53조원의 20%수준이다. 분석가들은 10%만 넘어도 물량과다로 보고 있다.

또 벤처기업의 매출.순이익은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시장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데다 수익모델도 미흡한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세종 하이테크.테라의 주가조작
으로 투자자의 신뢰마저 잃었다.

세계적으로는 기술주 주가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인터넷기업의 주가가 추락한 것도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을 더욱 짓눌렀다.

◆시장 물량은 줄인다.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물량 축소가 가장 중요하다는게 정부 판단이다.

코스닥법인의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주식매각분산을 유도한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는 최대주주가 등록후 1년 경과후에 주식 매각이 가능하지만 내달중부터는 등록후 1년경과후 매월 보유지분의 5%씩만 팔도록 했다. 20개월후에나 모두 팔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최대주주가 1년후에 보유주식을 일거에 매물로 내놓아 주가하락을 초래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유무상증자 억제 역시 물량을 줄여보자는 의도다. 공모가중 액면가 초과분인 주식발행초과금은 적립금으로 기업투자에 활용해야 하는데도 자본금으로 편입시킨 뒤 주식을 무상으로 주주에게 나눠주는 무상증자가 적지 않다.

이는 주주들이 좋아할 일이지만 물량부담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정부는 원칙적으로 제한키로 했다.

아울러 현재는 코스닥 대규모기업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10%이상으로서 500만주이상을 분산시키는 공모분산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자기자본이 500억원 이상이면 1백만주, 1천억원 이상이면 200만주, 2천500억원 이상이면 5백만주 등으로 거래소와 동일한 요건을 적용키로 했다.

이 역시 시장의 물량부담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이런 물량제한은 상당히 긍적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최대주주들이 주식을 위장분산시키는 편법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게 시장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대기업의 코스닥시장 진입요건인 자본상태.부채비율 등을 증권거래소 수준으로 강화한 것도 대형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의 자금을 휩쓸어가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구성비는 일반 대기업 38.5%, 일반 중소기업 22.7%, 벤처기업 34.0% 등으로 대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그러나 이 방안은 거래소에도 진입할 수 없는 일반기업들은 결국 자본조달 수단을 박탈당한다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현재 코스닥에 진입을 했거나 원하는 대형 일반기업들은 대부분 거래소 상장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지는 두고봐야 한다.

◆수요는 일으킨다.

시장 활력을 위해서는 공급은 줄이되 수요는 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공모주 청약시에는 코스닥 유통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실적을 감안해 배정토록 유도한다는게 정부의 계획이다.

즉 일반투자 배정분은 일정기간 이상 코스닥주식에 투자하고 있거나 펀드 등 투자상품 가입자에 우선 배정토록 하는 한편 기관투자가 역시 수요예측시에 코스닥주식 투자실적을 감안해 참여자격을 정하거나 공모주 배정시 우대한다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코스닥시장 및 등록기업의 건전성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결국 수요를 일으킨다는데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코스닥 시장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투자가 몰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주가조작 행위자에 대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로 축적해 관리하는 감리시스템을 오는 12월에 구축하고 부실.허위공시 법인에 대한 과징금부과액을 현재 최고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코스닥 일반기업에 대해서는 2001년에 최소 1명의 사외이사를 두도록 하고 2002년부터는 전체의 4분의1을 채우도록 하는 상장법인 준수사항을 그대로 옮겨 적용키로 했다.

◆벤처기업 M&A 활성화

벤처기업 M&A는 위기에 빠진 기업에게는 회생의 발판이 되며 비교적 튼튼한 업체는 사업확장으로 한단계 도약하는 기회이다. 따라서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벤처업계 전반에 활력이 생긴다.

정부 방안은 M&A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부담을 덜어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개인주주가 소유주식을 다른 벤처기업에 현물 출자해 주식교환하는 M&A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여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모펀드의 의결권 제한제도를 폐지한 것은 그동안 이 펀드가 주식을 대량 확보하더라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만큼 M&A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M&A가 미흡한 주요 원인은 주식 5%취득시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등 여러제한조건이 많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M&A활성화를 위한 전반적인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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