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코비 혼자 48점 넣은 날, KGC 5명은 41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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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KGC는 올 시즌 프로농구 최고 히트상품이다. 지난 시즌 9위였던 KGC는 오세근(25·2m)·김태술(28·1m80㎝)·양희종(28·1m94㎝)·박찬희(25·1m90㎝) 등 국가대표를 앞세워 올 시즌 2위로 치고 올라왔다. 특히 경기당 77.1점을 넣는 공격력이 매섭다.

 그런 KGC가 11일 동부와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41-52로 졌다. 같은 날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하는 코비 브라이언트(34·LA 레이커스)는 피닉스 선스와의 경기에서 혼자 48점을 넣으며 99-83 승리를 이끌었다. 41점은 프로농구 역대 한 팀, 한 경기 최소 득점 신기록이다. 올 시즌 한 경기에 90점 이상을 넣은 게 다섯 차례나 되는 ‘공격의 팀’ KGC. 그들이 한 경기 최소 득점의 불명예를 떠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동부의 맞춤 수비=KGC는 동부의 맞춤 수비를 뚫지 못했다. 동부는 KGC 선수들 중 슛 적중률이 가장 떨어지는 양희종에게 슛 기회를 주는 함정 수비를 했다. 이 작전은 제대로 적중했다. 양희종은 2점슛을 일곱 차례, 3점슛을 여섯 차례 시도했다. KGC 국내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슛 시도였다. 하지만 림을 통과한 것은 2점슛 한 개뿐이었다. 양희종은 “매산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이후 슛 성공률이 가장 낮은 경기였다”고 고개를 숙였다. KGC의 주 득점 루트인 속공을 막기 위해 동부가 주전 가드 황진원(34·1m88㎝)과 박지현(33·1m84㎝) 대신 수비가 좋은 안재욱(25·1m78㎝)·진경석(33·1m89㎝)의 출전 시간을 늘린 것도 효과를 봤다.

 ◆짧은 가비지 타임(Garbage Time)=가비지 타임은 승패가 결정된 다음 후보 선수들이 코트에 나서는 시간을 의미한다. 승리가 확실시되는 팀의 선수들은 가비지 타임 때 수비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상대팀은 쉽게 득점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가비지 타임이 너무 짧았다. 동부는 경기 종료 4분30초를 남기고 50-30까지 앞섰다. 하지만 KGC는 포기하지 않았다. 주전 선수들이 그대로 코트에 서 있었다. 상대가 KGC인 만큼 동부도 주전 선수들을 뺄 수 없었다. 동부가 가비지 타임에 들어간 것은 로드 벤슨(28·2m7㎝)을 불러들인 경기 종료 1분35초를 남기고였다. KGC가 종료 4분30초 전 주전 선수들을 빼면서 백기를 들었다면 가비지 타임이 늘어날 수도 있었다. 이상범 KGC 감독은 “최악의 경기에 대한 책임을 주전 선수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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