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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도메인은 다윗의 '돌맹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쪽에서 도메인이라고 말하면 십중팔구 ‘돌맹이’로 알아듣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이 일반 대중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1996년의 상황이다. 96년말 국내 인터넷 사용자 수는 73만명, Kr도메인 등록수는 2천6백여개로 지금의 1600만명과 49만개에 비하면 충분히 이해될 만한 하다.

오늘은 그 ‘돌맹이’ 아니, 도메인을 이야기 해보자.

도메인은 숫자로 표시된 인터넷 주소를 이용자가 사용하기 쉽도록 문자로 변환해 표시한 것이다. 네티즌들이 빠르고 쉽게 홈페이지를 찾아 갈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이기도 하다. 네티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도메인 그 자체의 상품성에 개인과 기업의 관심은 언제나 대단하다. 최근에는 도메인 선점경쟁에 이어 ‘자국어 도메인 서비스’를 둘러싼 관련 업체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넷피아닷컴(http://www.netpia.com)은 이런 도메인 관련 시장의 선두에 서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 전화국 별관 2층의 넷피아 사무실. 최근 벤처기업들의 실내 인테리어가 보통을 넘어서지만 이곳은 그럴싸한 현판하나 없이 그저 소박하기만 하다. 오히려 도메인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한 기업치고는 초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약속시간보다 1시간 가량 늦게 나타난 이판정 사장에게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예사롭지 않다. 회의용 칠판까지 동원하며 복잡한 도메인 시스템을 차근차근 설명해 가는 이 사장의 자신감 때문일까?

“직원들에게 특별히 요구하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열정만큼은 늘 강조합니다. 실력보다도 더 중요한게 일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넷피아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초의 자국어 도메인 서비스

넷피아닷컴은 한글 도메인 서비스 회사로 명성이 높다. 한글 도메인은 1세대 도메인 이름체계인 숫자로 된 IP어드레스 형식과 2세대의 영문 형식에서 한단계 발전한 제 3세대 도메인 구성 방식이다. 이는 기존 인터넷 주소를 한글로 풀어낸 것으로 청와대 홈페이지를 찾아갈 경우 보통 www.cwd.go.kr 대신 ‘청와대’라고 입력하면 곧장 해당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기업명, 브랜드명, 서비스명, 개인이름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글이름을 입력해도 국내는 물론 해외의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넷피아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키워드 방식의 자국어 도메인 서비스 ‘ngDNS(next generation Domain Name System)’ 때문이다. 한글은 물론 중국어와 일본어 서비스도 가능하다.

도메인은 문자형식의 인터넷 주소와 IP 주소를 설정(매핑)해 주는 DNS(Domain Name System)와 연동되는 기술이므로 한글도메인 역시 DNS 기술은 필수적이다. ngDNS는 한글로 청와대를 입력하면 이를 청와대에 해당하는 영문 도메인 주소로 변형하고 다시 IP 주소로 바꾸어 준다. 업계에서 넷피아의 한글도메인 기술을 높이 사는 이유도 바로 DNS에 의한 기술구현 때문이다. 현재는 표준화 문제로 ‘한글도메인’이라는 이름 대신에 ‘넷피아 한글도메인’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중이다.

“표준이란 사용자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편리한 서비스라면 널리 공통적으로 많이 쓰이게 될 것이며 그것이 바로 표준이 되는 것입니다. ‘넷피아 한글도메인’이 넷피아라는 말을 떼고 ‘한글도메인’이 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안 된다고? ”

이 사장은 95년부터 쭉 도메인 관련 분야의 일을 해왔다. 96년에는 도메인네임 찾아주기 운동을 펼쳐 300여 기관의 도메인 네임을 확보해 줬으며 97년에는 한국전산원 산하 NIC Committee 위원으로도 활동 했다. 현재는 한국전산원산하의 Name Committee 와 Name & Numbers Committee 등에도 참가하고 있다. 또 올해 1월에는 아이칸(ICANN)으로부터 국제도메인등록기관에 공식 인증되기도 했다.

“97년 NIC Committee 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글로 된 도메인 이름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결국 한글도메인 구현을 위한 기본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 해 7월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기술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제가 만나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저으며 불가능하다고 말렸지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전문가들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 제게는 성공하면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이 사장은 결국 남이 하지 못하는 것, 흉내내지 못하는 것을 하겠다는 결심을 세운지 1년만인 98년 7월 DNS를 응용한 한글도메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새로운 도메인 관련 기술을 개발했지만 주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 사장은 ISP업체들과 한국인터넷정보센터 등을 찾아 다니며 홍보했지만 한글도메인시장 형성이 미약하고 인지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차선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표준채택이 어려워지자 시장에 호소하기로 했습니다. 독자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려 지난해 초 세계 최초의 한·중·일 키워드 방식의 자국어 로컬 도메인 서비스를 실시했어요. 결국 지난 17일 하이텔, 하나로 통신과 제휴를 맺고 본격적인 한글도메인 서비스를 시작했지요. 제휴 업체 회원수 400만명과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예상 회원수를 합한 500만명 규모의 서비스가 탄생되는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세계시장을 바라봐야 할 때

이 사장은 법학도 출신이다. 한때는 변리사 시험을 준비할 정도로 인터넷과는 무관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도메인이 사이버상의 상표나 상호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직감 했다. 그가 변리사를 포기하고 사업가가 된 이유이다. 하지만 한글도메인이라는 다소 생소한 시장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직원 월급 줄 돈이 막막해 양가 어른들을 속여 가며 결혼지참금까지 털어 넣기도 했다. 한글을 도매하느냐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한글도메인이 대세로 자리잡는 요즘 그에게 요구되는 것은 세계 시장과의 싸움이다.

“국내 닷컴 기업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합니다. 좁디 좁은 국내 시장에서 서로를 상대로 싸우는 소모전은 의미가 없어요. 국내 GDP의 5배가 실리콘밸리 GDP와 맞먹는 상황을 바로 알아야 하지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시장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어요. 이미 미국과 일본 중국 진출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룡기업 마이크로소프트와 세계 최대의 도메인 등록기관 네트워크 솔루션사(NSI) 마저 국내 시장진출을 서두르고 있고 국내의 한글도메인 서비스 시장은 두개의 컨소시엄으로 나뉘어 있어 혼전이 예상된다.

우선은 미국 중심의 인터넷에 한글도메인 시장마저 넘겨줄 수 없다는 이들의 열정을 계속 지켜봐야 겠다.

과연 다윗의 ‘돌맹이’는 골리앗의 이마를 명중시킬 수 있을까?

<회사개요>

회사명 : ㈜넷피아닷컴 (www.netpia.com)

서비스명 : 한글도메인 ‘넷피아’

대표 : 이판정(36)

대표약력 : 동아대학교 법학과 졸, 전) 한국인터넷정보센터 (KRNIC) 산하 NIC Committee 위원, 전) 한국인터넷정보센터 (KRNIC) 산하 Name Committee 위원, 현) 한국인터넷정보센터 (KRNIC) 산하 NNC 위원, 현) 전국소기업연합회 산하 정보통신위원회 위원, 현) 넷피아닷컴 대표이사

설립 : 1997년 7월 10일(법인전환)

주요사업 : 인터넷 자국어 도메인 서비스(한국, 중국, 일본)
ICANN 공인 국제도메인 등록기관

종업원 수 : 35명

전화 : 02-3665-0123

자본금 : 15억 2천만원

매출액 : 1999년 3억 4천만원, 2000년 20억원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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