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전자업체들, IMT-2000 부품 시장 선점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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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IMT-2000 부품 시장을 놓고 전자부품분야의 세계 양대 강국인 한국과 일본간 경쟁이 뜨겁다.

일본을 선두로 내년부터 잇따르는 세계 각국의 IMT-2000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한.일 양국은 시장 선점을 위해 한발 빠른 부품 개발과 양산에 온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특히 IMT-2000 단말기 원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3대 핵심부품인 디스플레이, 배터리, 모뎀칩 개발에 투자를 집중시키고 있다.

▶디스플레이: 현재 대부분의 휴대폰에는 '흑백 LCD(액정표시장치)'가 쓰이고 있다.

그러나 IMT-2000의 디스플레이는 선명한 컬러 화면과 함께 용량이 큰 동영상을 주고 받아야 하기 때문에 LCD보다 훨씬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와 밝은 화면이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LCD보다 20배 이상 밝고 데이터 응답속도도 1천배 빠른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EL'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유기EL의 잠재력을 빨리 알아차린 일본업체들은 90년대 초반부터 유기EL 연구에 뛰어들어 제품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을 앞둔 상태다.

파이오니어의 경우 세계 최초로 모토로라에 휴대폰용 유기EL을 공급하고 있으며 NEC, 산요, 코닥, TDK 등도 컬러 유기EL 개발을 마치고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에서는 삼성SDI와 LG전자가 유기EL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SDI는 일본업체와 비슷한 시기인 93년부터 유기EL 개발에 착수, 내년 상반기중 양산에 들어가며 2005년까지 1조1천억원을 투자,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한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유기EL을 적용한 휴대폰을 출시하고 구미공장에 1천억원을 투자, 2002년부터 연간 1천200만개의 유기EL을 양산할 계획이다.

▶배터리: IMT-2000 단말기는 음성, 문자를 주로 보내는 현재의 휴대폰과 달리 동영상을 주고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훨씬 크다.

이에 따라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되면 세계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니켈-수소 전지가 더 가볍고 작으면서도 용량은 훨씬 큰 리튬이온, 리튬폴리머 등 리튬전지로 급속히 대체될 전망이다.

리튬이온전지는 현재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산요, 소니, 마쓰시타, 도시바, GS 멜코텍, NEC, 히타치 등 일본의 7개 업체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차세대전지인 리튬폴리머전지 양산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2003년까지 4천500억원을 투자, 연간 1억6천만개의 리튬전지를 생산해 세계 5대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가진 삼성SDI는 최근 대만업체와 8천만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었다.

LG화학도 대만업체와의 1억1천만달러어치 계약에 이어 모토로라와 리튬전지 100만개 공급계약을 체결, 일본업체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모뎀칩: 한-일간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분야와 달리 음성, 동영상을 송수신하는 핵심부품인 모뎀칩 분야는 퀄컴의 견제로 고전이 예상된다.

IMT-2000에서 비동기식을 채택한 일본에서는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NTT도꼬모의 주도로 칩 개발 전문업체인 요잔사가 내년말을 목표로 비동기식 모뎀칩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퀄컴과 비슷한 시기인 올해말까지 IMT-2000용 모뎀칩을 개발할 예정인 삼성전자는 퀄컴의 견제로 세계시장 개척은 힘들 전망이다.

동기식 IMT-2000의 기본이 되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원천특허를 가진 퀄컴이 세계 최고의 반도체, CDMA 기술을 가진 삼성전자를 두려워한 나머지 자사 기술을 이용한 모뎀칩의 해외수출을 허용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록 시장은 다르지만 일본 요잔사가 2002년부터 모뎀칩 해외수출에 적극 나서더라도 삼성전자는 이를 바라만보고 있어야만 하는 실정이다.(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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