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면 굶는 아이들, 도와줄 방법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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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되면 집에 혼자만 있어서 너무 심심해요.”

 11살 아영(여·가명)이는 2년 전만 해도 방학이 별로 즐겁지 않았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홀로 보냈기 때문이다. 냉장고에는 밥과 반찬이 있지만 밥상을 혼자 차리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아 그냥 굶는 날도 많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활발했던 성격마저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지난해 1월, 아영이는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의 ‘희망나눔학교 방학교실’에 참여했다. 아영이는 희망나눔학교에서 음식만들기와 야외체험프로그램 등을 하며 눈에 띄게 밝아졌다.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방학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해요.”

  아영이처럼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거나, 한부모가정·조손가정의 아이들은 방학이 되면 낮 시간 동안 방임돼 점심을 굶는 경우가 많다. 현재 전국 91만명의 저소득층 아이들이 학기 중 급식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지난 여름방학의 경우 급식을 지원받은 아이들은 47만2000명에 그쳤다.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은 “현재 아동급식 지원사업은 학기 중엔 교과부, 방학 중엔 지자체가 담당하는 체계”라며 “지자체는 결식 우려가 있는 아이들을 방문·상담해 실태를 파악해야 하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개인의 신청에 의존하다 보니 보호자가 지원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각지대에 놓여 점심을 굶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건 굿네이버스와 같은 NGO들과, 전국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들이다. 굿네이버스는 2002년부터 저소득층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학 중 ‘희망나눔학교 방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를 통해 국내 빈곤가정아동지원사업에 월 3만원 이상을 후원하면,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사뿐 아니라 학습지원과 문화체험, 심리치료 등의 복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 2009년부터는 초등학생은 물론 중학생을 위한 방학교실도 열어 현재까지 전국 2012개 학교에서 4만7059명을 대상으로 방학교실을 진행해왔다. 굿네이버스의 이서희 복지사업팀 대리는 “방학교실을 통해 아이들의 신체적·정신적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개발해 가정과 아동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혼자먹는 밥상’ 프로그램은 지역사회복지관·지역아동센터·방과후교실 등 60여개의 전국 산하기관을 통해 1만7000여명의 아이들에게 도시락·밑반찬·우유 등을 배달해 성장에 꼭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주거나 영양증진비, 영양상태 점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어린이재단의 다양한 후원프로그램 중 혼자먹는 밥상은 모금액 순위가 2009년 2위, 2010년 2위, 2011년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후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44개 지역아동센터와 협력해 1500여명의 아이들의 영양건강을 챙겨줄 뿐 아니라 정서교육, 신체발달활동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체인지 더 퓨처(change the future)’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월 2만원 이상을 정기 후원하면 빈곤가정의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

양훼영 행복동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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