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ES 혁신상 5년째 받은 중소기업 … 비결? 대기업이 안하는 일을 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사우스홀 내 한 전시장. 600㎡의 적지 않은 규모인 데다 영화 아바타의 ‘생명나무’를 모티브로 한 대형 구조물이 서 있는 이곳은 국내 중소가전업체 모뉴엘의 전시장이다. PC·로봇청소기 등 생활가전제품을 만드는 모뉴엘은 6년 연속 CES에 참가해 5년 동안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2010년 매출은 2970억원, 직원은 260명에 달한다. 국내에선 롯데마트의 ‘통큰TV’ 제조사로 더 유명하다. 삼성·LG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가전 분야에서 회사를 차린 ‘간 큰’ 사람은 박홍석(50·사진) 대표다.

 박 대표는 “니치마켓(틈새시장)을 노리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의 아이팟을 예로 들었다. 이미 MP3가 나와 있었지만 음악 파일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아이튠즈’란 시스템을 적용해 음악 애호가를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모뉴엘을 키운 홈시어터PC도 그런 제품이다. 홈시어터에 PC를 결합해 영화·음악을 저장해 즐길 수 있게 했다. 리모컨을 결합한 로봇청소기, 로봇청소기처럼 돌아다니는 로봇공기청정기도 비슷한 제품이다. 통큰TV 역시 니치마켓을 노린 것이다. 박 대표는 “대기업은 수익을 맞추기 위해 대형 평판TV만 만든다. 하지만 디지털방송이 본격화하면 분명 소형 평판TV를 사려는 사람이 생길 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이 발달하고 표준화되면서 중국 업체도 삼성 제품을 카피하게 됐다”며 “생각을 다르게 해야 시장이 열린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동업자를 찾은 것도 그의 성공 요인이다. 사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미주법인에서 해외 영업 업무를 하면서 원덕연(41) 부사장을 알게 됐다. 원 부사장이 만든 홈시어터PC에 반해 직장까지 관두고 회사를 차린 것이다. 해외 영업망을 쥐고 있는 박 대표는 영업을,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원 부사장은 제품 개발을 담당했다. 추진력 있는 박 대표와 꼼꼼한 원 부사장의 성격도 일할 때는 시너지를 일으켰다.

 그가 꼽은 마지막 성공 비결은 뜻밖에도 ‘인재’였다.

 “다들 대기업만 선호해서 중소기업엔 인재가 없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중소기업엔 대기업형 인재는 필요하지 않아요.”

 박 대표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전문대 졸업장 외엔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학점도 토익도 안 본다. 똑똑하기만 한 인재보다 다르게 생각하는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대기업이 못 만드는 걸 만든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