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α ’안정적 수익 추구 … DLS에 돈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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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해 11월, 대우증권은 3개월짜리 공모형 파생결합증권(DLS)을 발행했다. ‘롯데쇼핑의 신용사건’이 기초자산이었다. 3개월 안에 부도, 채무지급불이행, 워크아웃과 같은 채무구조조정 등 롯데쇼핑의 신용에 ‘중대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연 4.3%의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었다. 만약 이런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고객은 원금의 30%만 받는 조건이다.

연 4.3%는 롯데쇼핑의 5년 만기 회사채 금리 4.14%와 비교하면 매우 높다. 프라이빗뱅킹(PB) 창구에서 판매된 이 상품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자산가와 중소기업 등이 앞다퉈 투자했다. 이 회사는 요즘 이 같은 고금리형 DLS를 신규자금 유치용 ‘미끼상품’으로 꾸준히 내놓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하면서도 더 안정적인 DLS가 소리 없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식 투자는 부담스럽지만 금리보다 조금 나은 수익을 얻기 바라는 자산가가 DLS에 관심이 많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DLS는 모두 13조원어치 발행됐다. 전년에 비해 73%나 급증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는 ELS의 증가 속도로 앞질렀다. ELS는 2011년 35조원 발행돼 전년보다 40% 늘었다.

 DLS는 원자재나 금리, 기업의 신용사건 등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과 연계해 수익이 결정되는 증권이다.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의 가격 변화에 따라 수익이 나는 ELS와 구조가 비슷하다.

 겉모습은 유사하지만 쓰임새는 차이가 크다. ELS는 요즘처럼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투자가가 주식 대체용으로 선택한다. DLS에 투자하는 이들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매우 낮으면서도 시장 금리보다 조금 높은 4% 안팎의 수익을 얻고 싶어한다. 평균 투자 금액도 ELS보다 크다. 지난해 DLS 발행액이 급증한 것은 3개월~6개월짜리 초단기 상품이 많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이정환 부장은 “유럽 리스크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자금을 단기로 굴리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이런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단기 DLS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아직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기엔 이르다고 보고, 자금을 잠시 담아두는 용도로 많이 선택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권현성 차장은 “단기 DLS는 시장금리보다 수익률이 약간 높아 환매조건부 채권(RP)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부터 금이나 구리 등의 가격이 급등한 덕에 원자재 기초 DLS도 많이 등장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해 3월 옥수수·원당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는 7월에 연 12%로 조기 상환되기도 했다. 첫 번째 조기상환 평가일에 두 선물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95%가 됐기 때문이었다.

 최근 월지급식 상품이 인기를 끌자 매달 수익을 지급하는 DLS도 선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11일부터 금과 은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를 판매했다. 매달 평가일에 두 기초자산 모두 기준가격의 50% 이상이면 매달 1%씩(연 12%) 수익을 준다. 만기는 5년이지만 발행 뒤 6개월 후부터 3개월마다 최초 기준가의 95% 등 정해진 범위에 걸리면 자동으로 조기 상환된다. 금과 은 값이 최초 기준가의 절반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에 손실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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