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 스노우덴, 데이비드 파인 〈조지와 로즈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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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J일보의-?^^- 특집기획기사를 읽다가 가슴에 걸리는 내용이 있었다. 노인들의 성문제 위기와 관련한 박카스아줌마, 다람쥐아줌마 현상의 심각성이었는데...

이를 통해서 얻게된 쓸쓸한 깨달음 한가지가 있다.
그것은 지금도 변변찮은 연애를 못하는 내가 할머니가 되어도 이 고민을 치열하게 하겠구나 하는 것이다. 왜냐구? 나이가 든다고, 지금보다 더 뚱뚱해진다고 해서 인간에게 사랑과 연애의 소중한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매일 공기처럼 들여마시는 수많은 매체와 정보들 속에서 우리는 따돌림당할 때가 많다. 바로 '스테레오타입'이란 거국적이고 간편한 가치개념이 그 주범이다. 〈조지와 로즈마리〉는 소외된 노인들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을 사실적이고 치밀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조지는 대머리에 안경을 낀 통통한 할아버지.
모형 배를 병 속에 집어넣는 등의 한가로운 일상을 보내지만, 그에겐 가슴 떨리는 고민이 한가지 있다. 길 건너에 사는 우아한 노부인 로즈마리를 짝사랑하는 조지는 소심하게도 매순간 그녀를 엿보며, 마음 속의 사랑에 빠져서 산다.

한쪽이 비어있는 더블침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쓸쓸한 조지의 생활...
그에 비해서 로즈 마리는 다복한 자식들이 가끔씩 방문하기도 하는등 평온하고 윤택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조지는 로즈마리를 향한 가슴 벅찬 상상속에서 그녀와 유람선을 타고 왈츠를 추기도 하며, 그녀의 발코니 앞에서 터프하게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마침내 조지는 최선의 용기를 다하여, 로즈마리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데... 그러나, 여기서 정말 예상치 못한, 식스센스에 버금가는 반전이 벌어진다.

집안으로 들어서는 조지를 와락 끌어안는 로즈마리의 집 창가엔 조지를 지켜보던 망원경과 카메라등의 각종장비와 그녀가 찍은 조지의 사진이 여러장 걸려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마음이 통했네라는 이심전심의 훈훈한 감동이기도 하지만, 관객들이 믿으며 바라보고 있던 영화속의 시점이 뒤바뀌는 상큼한 충격의 순간이다.

물론, 반전은 영화 곳곳에서 세심하게 마련되어있다. 조지와 로즈마리가 전화통화를 할때, 후경으로 보여지는 로즈마리가 정확하게 묘사되는 장면의 연출과 시선처리는 기발하고 즐겁다. 소외된 노인들의 사랑이야기이며 시선과 서술에서의 반전과 연출의도가 매우 뛰어나고 진보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들을 친근하고 사실적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힘은 지극히 만화적인 그림체의 부담없는 즐거움이다.

사실주의와 섬세한 미장센, 계산된 편집과 일상적인 사운드 연출감각이 애니메이션을 만났을 때의 시너시 효과는?
우리의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파격이며 가슴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대하는 뿌듯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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