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만물 '4차원 막' 에 갇혀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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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속해 있는 우주는 거대한 4차원 막에 붙어 있는 세계다."

29일 내한하는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58.영국 캠브리지대 교수)박사는 천체물리학계의 최신 가설인 ''막(膜) 우주론'' 으로 우주의 신비를 벗기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호킹 박사는 다음달 초 제주도에서 열리는 천체물리학 분야의 국제학술대회인 ''코스모(COSMO)-2000'' 에서 ''막 우주론의 응용'' 을 소개할 예정이다.

천체물리학자들간에 연구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이 이론에 대해 알아본다.

◇ 막 우주론이란〓미국의 물리학자인 리자 랜덜(프린스턴대 교수)과 래먼 선드럼(스탠퍼드대 교수)이 1998년 제안한 가장 최신 가설. 11차원으로 이뤄진 우주 중간에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의 세계(전-후.좌-우.위-아래.시간)로 이뤄진 얇은 막이 형성돼 있고, 이 막에 우주 만물이 붙어 있다는 것이 가설의 핵심이다.

막에 붙어 있는 만물은 사람 등 지구상의 동식물뿐 아니라 태양.은하계.달.별 등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막에 만물이 붙어 있다고 해서 벽면에 타일 등이 붙어 있는 것과는 다르다. 막의 특성은 극장(3차원)에서 막에 해당하는 영화 스크린(2차원)을 보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영화 스크린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펼쳐지며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11차원의 우주에서 차원이 한참 낮은 4차원의 ''우리 우주'' 를 보면 영화 스크린 같은 형태라는 설명이다.

그 막에 모든 것이 붙어 있을 수 있는 것은 4차원의 강력한 우주막 에너지에 의해 11차원의 시공간이 휘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11차원은 우주의 생성원리 등을 밝히기 위해 80년대 등장한 ''끈'' 이론에서 처음 나왔다.

그렇다면 왜 나머지 7차원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가.

이 7차원은 이 막 바깥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막에 붙어 있기 때문에 볼 수 없다고 이 이론은 설명한다. 막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아직 4차원을 제외한 나머지 7차원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학자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이 7차원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다.

막 우주론은 입자물리학 관점에서 연구한 것으로 이 이론만으로는 우주의 발생과 진화를 수학적으로 증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호킹 박사는 이 이론을 응용, 우주 팽창론과 빅뱅현상 등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이번 제주 학회에서는 그 중간 연구 결과를 밝힐 계획이다.

◇ 기존 이론과 뭐가 다른가〓70년대까지만해도 우주론은 4차원의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을 근거로 우주의 진화과정을 설명해 왔다.

호킹 박사가 수학적으로 증명해 보인 빅뱅.블랙홀의 증발.우주 팽창이론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중력의 양자이론을 접목한 끈 이론이 등장한 이후 10차원 혹은 11차원의(96년 이후) 우주론이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어왔다.

막 우주론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11차원인 우주에서 보이지 않는 7차원은 4차원 세계와 공존하지만 단지 그 차원이 원자핵보다 더 작게 말려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석했었다.

그러나 이번 가설은 그 차원은 4차원 막 밖에 존재하며 아무리 차원이 커도 우리 또는 빛조차 4차원 막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기존 가설에 대한 또 다른 대안성 가설인 것이다.

이에 따르면 공상과학처럼 인간이 5차원 등 고차원의 세계로 여행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 기존 학문에 어떻게 기여할까〓평평하다고 입증된 우주가 어느 정도로 평평한지, 또 빅뱅이 일어난 뒤 어마어마한 진화가 일어난 극히 짧은 수년간의 기간(우주 나이는 약 1백30억년)에 대한 신비를 벗겨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가 빠진 기존 이론으로 증명했던 것보다 훨씬 정교하게 우주의 비밀을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고등과학원 김영재(31)박사는 "막 우주론으로 우주의 팽창과 빅뱅 등을 증명하면 우주의 신비를 벗기는 작업이 좀더 빨라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 향후 과제〓이 가설이 맞는지를 고성능 입자가속기 실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 증명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 내고, ''우리 우주'' 에서 ''바깥'' 으로 물질이나 에너지가 새어 나갈 수 있는지를 규명해야 할 것이다.

바깥으로 새어나간다면 어떻게 그것을 측정할 수 있는지 등이 풀어야 할 과제다.

<도움말 주신분>

◇ 고등과학원 김영재 박사〓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끈'' 이론과 블랙홀을 연구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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