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철의 ‘부자는 다르다’] 나쁘게 부자 되려는 사람 엄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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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학은 갖고 있는 것의 가치를 충분하게 활용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삶을 지향한다. 그런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부자를 늘려갈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첫째, 단군 이래 양극화가 최고라고 한다. 경제적 양극화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더 커진다. 앞으로 수십 년 뒤에 국민소득이 5만 달러를 넘어서면 우리나라의 경제적 양극화는 지금보다 적어도 세 배는 커질 것이다. 해법은 심리적 양극화를 줄이는 것이다. 잘사는 사람과 비교해 상대적인 불평등이 줄어들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나쁘게 부자가 되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들(유해식품업자, 무자료업자, 탈세업자, 공금횡령자 등)은 지금보다 적어도 10배 이상의 엄벌에 처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나쁜 방법으로 치부하는 행위를 사형으로 다스렸더니 그 건수가 확 줄었다고 하는데, 우리도 부자범죄 엄단을 통해 심리적 양극화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둘째, 부자가 아니더라도 최소 한도의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무주택자가 전 국민의 30%가 넘고, 높은 교육비 때문에 10년 이상 고통을 겪는 사람이 전 국민의 60%가 넘는 상황에서 주택과 교육에 대한 정부 지출을 지금보다 두 배 정도는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조세부담률 등 국민부담률이 OECD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고, 정부 부채도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양호한 우리나라는 비정치적으로 21세기 국민 기본권리를 주택과 교육에 둘 필요가 있다. 작아도 내 집에서 잠을 자고(전세금대출 확대, 매입자금 이자 제공, 주택바우처 제도), 사교육비를 줄어들게 해서(등록금 인하 유도, 국가장학금 확대, 사교육 불필요 홍보) 부모가 자식 교육 못 시켰다는 원망을 안 듣고 환갑을 맞을 수 있도록 정부가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줘야 한다.

 셋째, 부자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을 통해 여유 물질을 만들고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남의 일을 따라 하고 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과 살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일들이다. 이제 남의 일을 관두고 자기 일을 하도록 변신해야 한다. 벤처인과 노숙인은 둘 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다만 벤처인은 자기의 일에서 가치를 만들려고 노력하고(대부분 실패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하고자 하고), 노숙인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가치 창출과는 거의 상관없는 시간 소비일 뿐이다. 가치에 공헌하는 사람들을 대접하고,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에는 최소한도의 무상복지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넷째, 부자 되는 두 가지 방법은 창조와 절약이다. 스스로 창조할 수 있는 대기업은 전부 해외를 바라보고, 우량 중소기업과 희망 있는 자영업자들을 내수로 끌어들이는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 특혜를 받아 비대해진 대기업들은 아프리카와 남미로 경제전쟁 하러 가게 해 쓸데없이 떡값 장사나 소형 수퍼에 뛰어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우량 중소기업은 지금보다 5배 정도 더 자금을 지원하면 중견기업이 될 것이다. 희망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법인세를 10% 이하로 낮춰주면서 법인화를 유도하면 무궁화처럼 꽃이 필 것이다.

 자영업자가 500만 명을 넘었고 그만큼 실패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는 미래의 부자가 늘어갈 수 있는 길도 된다. 안 되는 대기업과 공무원 취업에 목을 매는 대신, 청년 인턴제를 활용해 중소기업에서 고생하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잡아 뛰쳐나오는 패기 찬 젊은 자수성가자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능력 있는 지자체들이 청년벤처와 은퇴한 자영업자 지원에 현재보다 열 배 이상 지원을 쏟아부을 시점이다. 혹시 실패하면 차압 안 되는 노란우산 공제로 재기할 수도 있다. 미래 부자를 양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인적인 절약을 해야 가계빚도 줄이면서 미래형 부자로 나아갈 수 있다. 스마트폰을 없애고,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비싼 속옷 입지 말고, 신용카드 끊어버리고, 성형수술 안 하면 부자가 양산될 것이다. 미국도 근검절약하면서 최근에 가계빚을 줄이고 있다.

 어마어마한 돈을 숨겼다는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는 슬픈 방식으로 세상을 떠났고, 8조원이 넘는다는 주식을 남기고서 IT혁명을 만들었던 잡스는 세상의 안타까움 속에 이승과 이별했다. 과거시대의 창조 화신이었던 박태준 회장은 나쁜 평가가 거의 없이 빈손으로 애도를 받으며 떠나갔다. 사람은 죽음을 맞이할 때 자기가 평생 무엇을 했는가라는 기억만을 가지고 가고, 세상은 그 사람이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에 공헌을 했는지만을 기억한다. 정신이 물질을 만든다. 적절한 물질은 육체를 건강하게 한다. 소욕지족(少欲知足·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안다)이지만 불타는 창조력을 뿜어내는 진정한 태극기 부자들이 우리 사회에 늘기를 바란다. 지금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부자학 연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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