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승부사 … 세미프로 딸과 골프 칠 때도 지기 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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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만화가를 꿈꾼 최강희 감독이 40년 전 자신의 만화 속 캐릭터를 그리며 활짝 웃고 있다.[이영목 기자]

어린 시절 그의 꿈은 만화가였다. 5학년까지 다닌 경기도 양평 강하초등학교 시절 직접 그린 만화를 지금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보물 만화는 총 4권이다. 축구만화인 ‘불타는 그라운드’와 ‘4인의 악당’, 무술만화인 ‘야망의 흑무사’, 그리고 잡지 형태의 ‘소년만화’ 등 장르도 다양하다. 만화가를 꿈꾸다 축구 선수가 됐고 지난해 말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최강희(53) 감독의 얘기다. 그는 즉석에서 자신이 그렸던 만화의 남자 주인공과 강아지를 그려냈다. “당장 만화가로 데뷔해도 되겠어요”라는 말에 그는 “이 정도는 다 그리지 않느냐”고 웃었다. 그는 이제 녹색 그라운드라는 도화지 위에 한국 축구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 감독을 7일 서울 목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아래 그림에서 남자 캐릭터는 그가 그린 축구만화 ‘불타는 그라운드’의 주인공이고, 까까머리 학생은 최 감독이 자주 그리는 한 소년의 이미지다. 강아지는 ‘4인의 악당’에 등장한다. [이영목 기자]

 ◆고졸? 대신 실력을 키웠지=“굳이 대학을 가려고 했으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운동 선수는 대학에 가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축구에 전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최 감독은 대학을 가지 않았다. 서울 우신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실업팀 한일은행에 입단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처럼 축구에만 매달렸다. 그는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대학 졸업장이 없어 불편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학력보다 실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최 감독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 1992년 레버쿠젠에서 지도자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그는 2000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로 연수를 다녀왔다. 이듬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포르티보에서 공부했고 2002년에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연수했다. ‘준비된 지도자’ 최강희는 승승장구했다. 2005년 프로축구 전북 지휘봉을 잡자마자 FA컵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2009년과 2011년에는 K-리그에서 우승했다. 고졸 학력으로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은 전임감독제가 시행된 92년 이후 김호 감독에 이어 최 감독이 두 번째다.

 ◆김호, 나의 영원한 스승=‘지도자 최강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김호(68) 전 대전 감독이다. 최 감독은 “김호 감독님이 안 계셨다면 국가대표 선수 최강희도, 국가대표 감독 최강희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이던 최 감독은 83년 한일은행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변신했다. 당시 한일은행을 이끌던 김호 감독의 결정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강한 체력이 강점인 최 감독은 당시로서는 드문 공격하는 수비수로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프로축구 울산으로 이적했고 86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87년 국가대표로 발탁돼 88서울올림픽과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출전했다. 최 감독을 지도자의 길로 인도한 이도 김호 감독이다. 최 감독은 92년 울산에서 은퇴한 뒤 안양에서 식당·완구 등의 개인 사업을 준비 중이었다. 김호 감독은 “독일로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연락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동행한 최 감독은 깜짝 놀랐다. 김호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을 수 있게 미리 준비한 것이다. 최 감독은 “선수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두 차례나 김 감독님에게 빚을 졌다. 나의 영원한 스승”이라고 했다.

 ◆상대가 딸이라도 승부는 승부=2대8 가르마의 최 감독은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이다. 하지만 딸에게도 승리를 양보하지 않는 승부사다. 최 감독은 “세미 프로골퍼인 외동딸(최혜린씨·24)과 골프를 칠 때가 있는데 그때도 난 지기 싫어 최선을 다한다. 아내(이명성씨·53)는 그럴 때마다 뭐라 하지만 승부는 승부다”라고 했다. 최 감독의 선수 시절 별명은 ‘악바리’였다. 패배가 죽기보다 싫었던 그는 실력이 모자라면 근성으로 버텼다. 최 감독은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결과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하게 됐다. 맡은 만큼 승부사 기질을 앞세워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의 첫 시험 무대는 다음 달 29일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마지막 경기다. 쿠웨이트에 지면 한국은 최종예선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한국축구가 정신 차리고 하면 아시아에서 못 이길 팀은 없다”고 했다.

글=김종력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최강희는 …

▶생년월일 : 1959년 4월 12일

▶신체조건 : 1m75㎝·75㎏

▶출생지 : 경기도 양평

▶출신학교 : 용두초-대광중-서울 우신고

▶프로 경력 : 통산 205경기 출전, 10골·22도움

▶대표 경력 : 88서울올림픽·90년 이탈리아월드컵 출전

▶지도자 경력 : 98~2001 수원 코치, 2002 부산아시안게임 코치, 2002~2004 국가대표팀 코치, 2005~2011 전북현대 감독

▶지도자 성적 : 2005년 FA컵 우승, 2006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2009년, 2011년 K-리그 우승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한민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

195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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