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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124승, 차원이 다른 공... ‘레전드’의 귀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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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호 19면

한화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가 6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첫 훈련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대전=임현동 기자

원칙상 박찬호(39·한화)의 2012년 국내 복귀는 불가능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는 ‘1999년 이전 해외 진출 선수가 국내에 복귀할 경우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고 되어 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는 지난해 8월 끝났다. 따라서 박찬호는 1년을 기다려야 국내로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KBO는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박찬호의 2012년 국내 복귀를 허용하는 ‘박찬호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KBO와 각 구단 대표들이 박찬호 복귀의 ‘대승적 의미’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박찬호 효과’ 설레는 프로야구

박찬호가 6일 한화 유니폼을 입고 첫 훈련을 했다. 그가 한화의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신생구단 NC다이노스를 포함한 나머지 8개 구단 대표들은 박찬호의 한화 입단을 허용했다. 올 시즌 강타자 김태균에 이어 박찬호까지 영입한 한화가 강력한 경쟁자가 되겠지만, 박찬호가 국내 프로야구 전체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더 높게 봤기 때문이다.

‘박찬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박찬호는 지난 연말 한화와 입단 계약을 하며 받게 될 연봉 최대 6억원(연봉 4억·옵션 2억원) 전액을 야구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그는 “공을 던져서 팬들께 즐거움을 드리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한국 야구에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경기장 밖에서도 내 역할이 있지 않겠나. 후배들의 좋은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박찬호의 연봉 기부에 대해 많은 사람이 ‘많은 걸 느꼈다. 공감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찬호가 말한 ‘경기장 밖에서의 역할’이 벌써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출범 30주년을 맞은 프로야구는 680만9965명의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했다. 2007년부터 본격 증가세를 보인 프로야구의 인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으로 탄력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 17년 동안 뛰며 아시아 투수 최다승(124승)을 달성한 박찬호의 국내 복귀는 프로야구 인기 상승세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의 폭발적 성장에는 스타의 존재가 큰 몫을 했다. 야구를 잘 몰랐던 사람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고, 야구를 배웠다. 박찬호는 이런 ‘스타 마케팅’의 정점에 설 수 있는 존재다. 박찬호와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6·삼성)의 자존심 대결, 전 메이저리거 서재응(35·KIA)과의 마운드 맞대결 등 팬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슈는 많다. 이를 보기 위해 박찬호가 등판하는 날 홈·원정 가릴 것 없이 많은 관중이 야구장으로 몰려들 것이다. 이승엽과 박찬호는 맞대결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고, 서재응 역시 “레전드와 맞대결을 할 수 있다면 영광”이라며 분위기를 달궜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올 시즌 박찬호의 성공을 예상했다. ‘야신’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은 “지난해 초 일본에서 보여준 슬라이더가 통한다면 두 자릿수 승수는 충분하다”고 했다. ‘국민감독’ 김인식 KBO 규칙위원장 역시 “일본에서 부진했다고 하지만 5회 이전까지는 수준급 피칭을 했다. 투구 이닝만 조절해준다면 국내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중앙일보와 일간스포츠가 야구인 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박찬호 10승 투수 가능한가’ 설문에서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삼성) 등 24명(77.4%)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박찬호의 성공을 장담하는 이유는 메이저리그에 17년 동안 몸담았던 박찬호의 ‘차원이 다른 경험’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했다. 나이가 있고 구속이 떨어졌어도 그 경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박찬호의 ‘수준 높은 경험치’는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높이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홍성흔(36·롯데) 역시 “박찬호는 영웅이다. 타자들이 박찬호를 상대하며 위압감을 느낄 것이다. 그런 경험은 야구 인생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호가 지난해 11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었던 ‘박찬호 유소년 캠프’에는 이승엽·김태균·김선우·류현진·송승준·이대호·조인성이 참여했다. 모두 국가대표 출신 스타인 이들은 ‘박찬호 선배가 불렀기’ 때문에 대가 없이 1박2일간의 일정표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특히 유소년 캠프가 열린 11월 19~20일은 프리에이전트(FA) 원 소속 구단 협상 마감일이었다. 이대호·조인성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캠프에 왔다. 박찬호와의 의리 때문이다. 국가대표 팀에서 후배들을 만난 박찬호는 격의 없이 지내며 친분을 쌓았다. 후배 이승엽은 박찬호에게 “어이, 찹(Chop)”이라고 별명을 부르며 장난을 치곤 한다. 박찬호가 편하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이런 친화력으로 후배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한다. 6일 한화 시무식에 참석한 박찬호는 “후배들이 나를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거리감이 느껴져 싫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빨리 친해져 모두 나를 ‘형’이라고 불렀으면 좋겠다”며 “내가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전수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에서 지내며 얻은 경험과 생각들을 후배들과 가깝게 지내며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25)은 “박찬호 선배에게 야구뿐 아니라 몸 관리 방법 등 모든 걸 배우고 싶다”고 했다. 류현진이 말한 ‘모든 것’에는 서른아홉에도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을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 말 한마디로 기라성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모을 수 있는 친화력, 복귀 자체만으로 국내 프로야구를 뒤흔드는 존재감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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