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채팅족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입력

주부 朴모(36.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요즘 오전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채팅을 즐긴다. 남편이 출근하고 7살 난 아들이 유치원에 가고 난 뒤다.

사이트에 접속해 채팅을 즐기다보면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른다. 6개월간의 채팅을 통해 또래 주부 3~4명도 알게 됐다.

그녀가 또래모임 코너에 방을 개설하면 채팅 친구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사소한 인생사부터 돈 문제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얘기하기 시작한다.

朴씨는 이렇게 채팅의 즐거움을 '옹호' 한다.

"집에만 있다보면 나만 고립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담없이 얘기할 사람 찾기에 채팅만큼 좋은 게 없지요.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 간섭하려 들지 않아서 좋지요. " n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채팅 공간에 주부들이 늘고 있다.

여성 인터넷 이용자의 증가와 함께 사이버 공간에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회원 6백만명의 채팅사이트 '스카이러브' (http://www.skylove.com)의 경우 30대 이상 여성가입자 수는 지난해 12?9만1천명, 지난 3월 17만6천명에서 이달초에는 23만2천여명으로 급증했다.

접속자를 성별.나이.지역 등으로 실시간에 검색할 수 있는 '세이클럽' (http://www.sayclub.com)에도 주부채팅족(族)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30대 이상 여성' 을 조건으로 검색기능을 이용하면 최대 30명까지 나오는 검색 결과가 5분마다 달라질 정도다.

스카이러브의 김자경(33.여)차장은 주부 채팅족 증가 이유를 "초고속 인터넷이 가정에 보급되면서 전화요금 걱정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올초부터 시작된 1백만 주부 인터넷 교실을 통해 교육받은 주부들이 늘어났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온라인 채팅이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뜻하지 않은 가정불화를 겪기도 한다.

주부 崔모(38)씨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한 남자와 '오프라인' 에서 직접 만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1개월 전 채팅방 제목인 '인생의 반고비에 접어들며' 의 느낌이 좋아 들어갔다가 정기 채팅을 하게 됐다.

자신을 39세 자영업자라고 밝힌 상대가 "만나 차(茶)라도 한잔 하자" 고 제안하면서 崔씨의 고민은 시작됐다.

지난 23일 대구 달서경찰서에 입건된 A씨(37.유통업)는 아내(31)가 B씨(28)와 채팅에 열중하자 지난 9일 B씨를 납치해 폭행했다.

지난달 2일 충남 서산에서 채팅을 통해 알게된 남성을 만나러 가던 아내(35)가 남편(38)에게 살해되는 일도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채팅한다는 사실을 가족.이웃 등 주위에 알리고 떳떳하게 인터넷에 접근하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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