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진실 밝혀라 … 박근혜 정면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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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사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세 가지 난제(難題)에 포위돼 있다. 인적 쇄신 논란에, ‘보수’ 강령 삭제 파문에,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한꺼번에 만났다. 박 위원장은 5일 비대위 에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먼저 공천 문제와 관련해 박 위원장은 “요즘 당 쇄신과 관련해 인적 쇄신·물갈이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 등이 ‘이재오 불출마론’ ‘TK(대구·경북) 물갈이론’을 제기하면서 이명박계 의원들과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한 답답함을 표출한 것이다. 당 여의도연구소 문건 유출 문제도 거론했다. “공천 ‘5% 룰’(당 지지도보다 개인 지지율이 5% 이상 떨어지면 교체)을 비롯해 전혀 검토된 적 없는 문건들이 비대위 의견 같이 돌아다닌다.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박 위원장은 “엄중히 경고하고자 한다”고 했다. 평소보다 크고 단호한 톤이었다.

그러면서 “공천에 대해 분명한 원칙을 말씀드리겠다. 공천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과 원칙을 갖고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개혁의 문제고 비대위에서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강령에 있는 ‘보수’란 표현을 삭제하는 문제에 대해선 박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국민의 여망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는 부분은 고쳐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우리 목적은 국민을 잘살게 하려는 것인데 찬반이 되다 보면 (보수 삭제 문제가) 잘못된 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황영철 비대위 대변인이 전했다. 황 대변인은 “일부 위원들이 걸러지지 않은 내용을 인터뷰에서 밝히고 불필요한 논쟁을 유발시키는 것은 쇄신 동력을 저해한다고 박 위원장이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고승덕 의원이 “18대 국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한 명이 동료 의원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고 폭로한 데 대해선 머뭇거리지 않았다. 비공개 회의에서 박 위원장은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당 대표 시절인 2006년 서울 기초단체장 공천 과정에서 김덕룡·박성범 당시 의원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지체 없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일이 있다. 한 당직자는 “박 위원장이 한꺼번에 터진 난제들을 일괄적으로 정면돌파하려는 것 같았다”며 “그런 박 위원장은 회의 후 매우 피곤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박근혜 “TK가 변화 앞장서야”=박 위원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고 우리 정치를 바꾸는 변화의 중심에 대구·경북(TK)이 있다”며 “TK가 새로운 변화의 길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당의 대대적인 쇄신 분위기와 맞물려 TK가 쇄신을 선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자리에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 어떻게 TK가 물갈이 대상이란 말이냐”고 정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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