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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단 60만 … 조직·합종연횡 잊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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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통합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광주?전남 지역 합동연설회가 4일 오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한명숙·이학영·이인영·이강래·박용진·박영선·문성근·박지원·김부겸 후보(왼쪽부터)가 연설회 시작에 앞서 손을 잡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당 대표는 15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연합뉴스]

3분 선거인단. 야당 지도부 경선의 틀을 뒤흔들 키워드다. 민주통합당이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해 모집하고 있는 온라인 선거인단 얘기다.

 민주통합당 홈페이지·콜센터 등을 통해 선거인단으로 등록하는 시간은 3분 정도. 이 숫자가 4일 30만 명을 돌파했다. 민주통합당은 마감일인 7일에는 50만 명(당비를 납부한 당원 11만 명을 합치면 60만 명 이상)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시민의 참여가 워낙 많다 보니 기존 전대 출마 후보자들의 조직 동원력과 후보자 간 연대 전략이 무색하게 됐다.

 선거인단 신청자 30만 명의 93%는 현장 투표 대신 모바일 투표를 선택했다. 모바일 투표 희망자들은 아무래도 ‘젊은 층’일 것으로 각 캠프는 판단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현재까지 참여한 30만 명 이상의 선거인단 중 2040세대가 50%를 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젊은 층 공략이 그만큼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인터넷 팟캐스트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지도부 경선을 앞두고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나꼼수’가 2일 마포 녹음실에 한명숙·문성근·박영선·박지원 후보만 초청해 프로그램을 진행하자 다른 후보 진영에선 “선정 기준이 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젊은 세대에 어필하는 ‘안철수’ 브랜드를 활용하려는 전략도 눈에 띈다. 김부겸 후보는 이날 광주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민은 이념에 치우친 대결구도를 끝내라고 한다. 안철수 교수 등 외부 세력에 관심이 많다. 그들과 연대해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바일 투표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득표 전략도 바뀌고 있다. 종전엔 후보들이 1인 2표제를 활용할 수 있었다. 후보가 선거인단을 모으면 첫 번째 표는 자신을 찍게 하고, 두 번째 표는 전략적 제휴를 맺은 다른 후보를 찍게 했다. 이에 따라 다른 후보들의 두 번째 표를 얻기 위한 합종연횡(合從連衡)도 활발했다.

 그러나 시민 선거인단이 대거 들어오면서 두 번째 표의 향방을 관리하기는커녕 가늠할 수도 없게 됐다. 한 캠프에선 “이런 상황에선 대부분의 캠프가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재벌·검찰 개혁 등의 이슈를 선점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시민의 참여로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 소통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정당의 비전과 정책이 부재한 단순 인기 투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처음에는 ‘칭찬합시다’ 분위기로 출발했던 후보자들 간의 신경전도 가열됐다. 당원층을 많이 확보한 옛 민주당 측 후보들은 사정이 불리해졌다. 광주 토론회에서 민주당 출신 이강래 후보는 “선거인단 폭증을 보며 ‘이게 선거운동인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우리는 선거를 하는 게 아니라 모집 경쟁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사람이 와서 투표해도 상관없다”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문성근 후보는 “미국에서 (개방형 경선 때) 역선택이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있었는데, 상대방이 흥행이 되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게 결론”이라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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