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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들 국내 생산기지에 새바람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 외국기업들이 국내에서 기획.생산한 제품들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의 외국기업 생산 기지들은 얼마전 까지만 해도 대부분 본사의 기획과 지시아래 단순 생산을 하는 역할에 머물렀었다.

또 상품을 생산해도 국내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품의 토착화나 국내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국내 생산 기지의 연구 개발.마케팅 능력이 향상되고,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세계 시장을 겨냥해 상품의 기획→연구 개발→양산 등 생산의 모든 과정을 한국내 생산기지가 주도하는 제품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로컬 프로덕트(Local product)' 에서 '글로벌 프로덕트(Grobal product)' 생산기지로 한국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 한국이 출발선〓세계적 통신장비업체인 모토로라와 가죽제품 전문업체인 미국의 코치(Coach)사는 최근 단말기 신제품을 공동 개발키로 하면서 한국에 있는 생산기지에 이를 맡기기로 합의했다.

이 들 회사가 선보일 신제품 단말기는 전화를 받는 부문을 가죽으로 외양 처리할 예정. 모토로라와 코치는 이 제품을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 일본.중국 등 세계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국내에서 세계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과 생산을 위해 외국기업끼리 힘을 뭉친 경우는 처음이다.

모토로라 관계자는 "한국의 단말기 시장 규모가 큰 데다 국내 기술력도 뛰어나 한국에서 신제품을 맨 처음 소개하고 해외에 수출하기로 했다" 고 설명했다.

한국3M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핸드폰용 정보 보호기를 일본에 수출할 예정이다.

이 보안기는 컴퓨터나 각종 액정화면의 모니터를 정면에서 보는 사용자 외에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도록 제작한 '아이디어 상품' .

이 회사 관계자는 "좌.우 30도 각도 이내에서만 화면 내용이 보이고 이 각도를 벗어나면 새까만 화면만 보이도록 한 제품으로 보완성이 뛰어나다" 라며 "일본에서도 반응이 좋아 수출이 크게 늘 것" 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3M은 이밖에도 자체 개발한 삼중 양면 수세미와 기존 제품보다 품질을 향상시킨 양면테이프 등을 동남아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P&G가 개발해 출시한 생리대 '뉴 위스퍼 그린' 역시 한국이 고향. 출시 당시엔 국내 여성을 타깃으로 했으나 이후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상 이상으로 좋자 올 4월부터 중국으로의 수출을 시작했다.

한국P&G 관계자는 "제품을 수출하면서 국내 TV광고와 마케팅 기법까지 해외에서 똑같이 쓰고 있다" 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 달 들어 일본과 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으로까지 이 제품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볼보건설기계 코리아는 5t급 '글로라' 굴삭기와 윌 굴삭기를 지난 6월 월드 모델로 개발한 데 이어 15t 굴삭기의 월드 모델도 올해 말까지 개발해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사 김희장 과장은 "해외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브라질.러시아를 겨냥한 산림용 장비와 해안.하천용 장비 등도 개발을 했거나 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 본국으로의 역(逆)수출도 늘어난다〓국내에서 만든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수입만 하던 제품을 본사가 있는 나라로 수출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세계적 커피브랜드인 테이스터스 초이스의 경우 한국의 청주공장에서 생산해 본 고장인 미국으로 역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미국에 매달 1백t씩 수출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홍콩.대만.호주.뉴질랜드로 수출 지역을 늘리고 있다" 고 말했다.

이밖에 노키아 등도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단말기를 유럽 등지에 역수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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